▲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양동인 군수가 지난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재선거를 통해 군수가 된 후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양군수는 지난 1년 동안 내부적으로 어려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야 하고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통합시켜야 하는 책무와 함께 거창구치소 이전, 강남북균형발전 달성,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유망기업유치 등의 공약을 지켜 행복한 새로운 거창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양군수가 물려받은 거창군의 금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거창군의 재정자립도는 채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군수가 재량으로 주민들을 위해 사업을 벌이고, 그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인기를 모을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년 후 다음 선거를 앞둔 군수로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양군수는 취임 초기에는 군의 재정상황과 고통을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 놓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일정부분 신뢰를 쌓은데 역점을 두었다. 주민들에게 환심을 사고 대외적으로 그저 좋아 보이는 일만 추진할 수 있었겠지만 과감하게 허실을 줄이고 내실을 찾으려고도 했다. 거창군의 미래를 위해 큰 잠재력을 키우고 거창군정의 큰 방향을 전시행정에서 내실 찾기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과(過)와 실(失)이 적지 않다. 취임 1년 동안 양군수는 두차례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를 앞두고 수차에 걸쳐 “보복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군수가 실상은 원칙과 순리를 무시한 채 소위 ‘손봐주기식’, ‘길들이기식’ 파행인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낳았다. 4급 서기관을 실장도 아닌 과장으로 발령 내고 전문성을 무시하고 한직(閑職)으로 발령 낸 인사는 다분히 감정적인 보복인사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양군수가 사업계획과 보상 및 사업자 확정 그리고 거창군의회로부터 사업과 예산 승인을 마친 대형프로젝트 사업과 국책사업과 군민 합의를 통해 그동안 지속되어온 민간위탁 사업과 민간주관행사 등에 대해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들어 일방적으로 원점에서 재논의 수준의 사업 변경과 사실상 불허 방침을 밝히고 수정과 중단을 단행한 것은 대의기관인 군의회를 무시하고 순종하지 않는 민심을 철저하게 배척한 ‘독선행정’ ‘독불장군식 군정’이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군수의 1호 공약인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가 취임 첫날부터 구치소 이전을 천명하고 군행정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이전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로부터 거창구치소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최종통보를 받았다. 이를 두고 양군수의 소통부재와 불통적인 독불장군식 행정추진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어 지역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군수의 유일한 조직적인 지지 세력인 범대위 조차 거창구치소 이전과 관련해 배신과 불신을 제기하고 군민을 기만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결별을 선언해 제2의 군민 저항운동에 불이 지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지난 수개월동안 군민들을 불안에 숨죽이게 했던 양군수의 공직선거법위반혐의에 대한 결과가 1심과 2심 재판에서 비록 무죄판결이 선고됐지만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 이어서 그 불안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양군수의 공권력 우월주의에 빠진 업무스타일과 이해력과 포용심이 부족한 성격 탓으로 많은 공무원들이 피진정인 또는 피고발인 신분이 되어 사법기관과 법정에 줄줄이 소환되어 조사받았거나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어 거창군 공무원사회 분위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에는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사권, 재정권 등 막강한 지방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만큼 공무원 사기진작과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자치단체장의 경영능력에 따라 해당 자치단체가 경쟁력을 갖춘 ‘일등도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퇴보해 ‘낙오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는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능력과 리더십, 철학과 신념이 조직 구성원의 운명과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자치단체장들이 지금까지 보여 온 유형은 다양하다. 임기동안 자리에만 앉아 있다가 제대로 한 일도 없이 물러가거나 자치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혁신, 개혁 등 변화를 시도하기 보다는 그저 그렇게 한 살림 꾸리다가 때 되면 사라지는 무능력한 단체장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단체장에게서는 어떤 희망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러한 단체장이 이끄는 자치단체는 희망도 비전도 없다.

그 중에서 최악으로 꼽히는 유형은 독불장군 형 단체장이다. 자신만이 옳고, 자신의 뜻에 무조건 따라오도록 강요하는 독불장군 단체장에게는 미래가 없다. 모름지기 바람직한 단체장은 반대하는 목소리와 쓴소리까지 수용하는 포용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쓴소리는 우선은 듣기 싫겠지만 지역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포용의 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주변에는 아부하는 무리만 들끓고 참된 인재는 그 곁을 떠난다. 아부하는 무리에 둘러싸여 주민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실패한 단체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존경받고 성공한 단체장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다.

취임 1년을 맞은 양군수는 자신의 철학과 신념, 성격과 스타일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인정하기 싫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전향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양군수의 임기 2년은 대단히 중요하다. 임기는 비록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절반을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전임군수의 궐위로 생긴 군정공백을 메우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이미 실현하고 있는 타 지자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군수는 개혁을 통한 변화를 모색하는 한편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쓴소리도 과감하게 수용해 화합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자치단체로 만들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직무에 임했으면 한다. 각종 업무와 사업과 관련해 계획단계부터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회와 협의해서 협조와 동의를 구하고 지역주민들과의 소통하는 시간을 최대한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 군수 재선거로 인해 발생된 세력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과 알력을 해소하고 치유해서 주민의 역량을 지역발전에 집중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군수 재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나도록 당시 군수 재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와 소통하며 협력을 구하지 않는 것은 화합과 통합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내편 네편 구분하지 말고 그들 모두를 만나 군정을 설명하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 오히려 네편을 더욱 적극적으로 만나 마음을 얻는 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거창의 큰 그림을 잘 그려서 역사에 길이 남는 군수가 되길 바란다.

비록 우이독경(牛耳讀經)격 일지 몰라도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다.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고, 외눈박이 식으로는 결코 통합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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