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오늘은 올해로 제 36회를 맞는 스승의 날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예로부터 나라의 임금님과 스승과 부모님은 다 같이 존경하고 귀하다는 뜻이다. 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고 할 만큼 스승의 은혜는 높고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는 올해 스승의 날은 더욱더 그렇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일선 교육청이 스승의 날 학생들의 카네이션 선물마저 사실상 금지하고 나선 탓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마음은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스승의 은혜 노래 일부분으로 스승의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흠뻑 젖어 있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날로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세종대왕 양력 생일인 5월 15일로 맞추어 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제자들로부터 축하를 받아야 하는 스승의 날이 반갑지 않고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 요즈음의 선생님들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잘못을 꾸짖는 선생님들이 일부 제자와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고소고발 당하는 세태가 됐으니 그 마음이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학생은 있어도 스승이 없다”는 한탄스런 말도 떠오른다.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정치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근본인 역사가 정권에 의해 오락가락하는 작금의 우리사회는 스승으로부터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배우는 인격 수양의 배움터를 잃어 버렸다.

그러나 이 땅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사랑을 실천하고 무너진 교육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또한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의 안위보다 제자들의 안정을 위해 목숨까지 서슴없이 던지는 선생님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험에 빠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선생님들의 수많은 사례와 미담이 있지만 3년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며 수백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에서 배안에 갇혀있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오히려 배안으로 들어가서 채 탈출하지 못한 제자들이 무서워할까 노심초사하며 끝까지 제자들과 함께한 단원고 선생님들이 있다.

이런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만든 종이 카네션꽃 한송이도 마음대로 전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청탁금지법’은 은혜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할 수 없도록 가로막아 사람의 도리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잘못된 법이고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행하는 것과 같은 ‘우법(愚法)’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옛 속담은 스승을 부모보다도 더 위로 알고 존경하여 왔던 것으로, 스승을 공경하고 각별히 예우하는 옛 선조들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로 일년에 한 번이라도 이날을 제정한 참의미를 되새겨 보며 어버이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정도는 허용해야 하는 것을 재검토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가파른 사도(師道)의 길에 서서 자신보다도 제자들의 안전과 사람다움을 더 걱정하는 훈훈한 인품으로 명예와 권력에 따라 이합집산 하는 세태인데도 불구하고 교단을 묵묵히 지켜온 선생님의 하늘같이 높은 스승의 은혜를 잊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도(師道), 그것은 참으로 고달픈 길이다. 한 순간이라도 소명의식을 버리고는 그 위치를 가눌 수 없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스승의 길은 자신을 불태우는 촛불과 같아서 고난과 인고의 여정인 것이다. 하루 24시간 아이들과 주위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교육자의 운명이 아닌가.

이렇도록 외길 인생을 살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전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는 가. 다만 그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촛불이 스스로의 제 목숨을 태워 수많은 꿈나무의 등불이 되는 것처럼 스승의 길은 어린 심혼을 밝히는 작은 불씨라고 본다. 그 불씨가 비록 작지만 밤하늘의 잔별처럼 둘레를 밝히며 제몫을 다한다고 생각할 때 스승의 길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꾸 높아만 보인다.”...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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