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사업소 관리담당 강범석

[매일경남뉴스 이명선 기자] 누군가는 거창을 개발하지 말고 내버려 두자고 한다. 또 누군가는 도로를 뚫고 철도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지역은 늙어 가는데 농업은 점점 어려워진다.

필자는 나고 자란 위천면에서 근무도 해보고 관광부서에서 근무를 하면서 수승대에 관해 누구보다 큰 고민덩어리를 안고 살아왔다. 수승대를 축으로 특구제도를 활용한 발전방안을 여러 사람과 나누어보기 위해 고민 끝에 펜을 들었다.

우리거창의 가장 큰 경제 축은 여전히 농업이다. 그러나 농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의 틀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가? 불안하다. 포도는 폐원을 거듭하고 있고, 사과도 과잉생산 조짐이 보이고 기온상승에 따른 위험 징후가 곳곳에 나타난다. 오미자는 판로가 막히고 딸기는 재배규모에 비해 시장장악력이 떨어진다.

창포원, 산림레포츠파크, 힐링랜드가 내년이면 모습을 드러내고 관광인프라가 확충될 것이다. 승강기전문농공단지도 경남도의 투자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입주기업도 늘어나 집적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산업은 정주인구의 안정에 기여하고 관광은 유동인구를 늘려 소비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고민이 생긴다. 조성중인 관광인프라만으로 지역경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체류형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거창 안에서 주말 1박 2일 정도 머무르면서 넉넉한 휴식처가 제공되고 있는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수승대에 자연히 눈길이 간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년간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파견근무를 하면서 지역특구제도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특구제도는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하면서 규제특례를 활용하는 제도이다. 정부의 지자체 개발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완화로 인해 인허가 절차가 쉬워진다. 광역자치단체의 예산 지원과 민간 자본 투자유치가 수월해진다.

중소기업청은 전국에 160여개의 특구를 지정하고 있고, 영월군의 ‘고을박물관 특구’와 산청군의 ‘한방약초산업 특구’는 민간투자를 성공시킨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산청은 이를 토대로 엑스포를 유치하고 전국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2억5천만 원의 상사업비도 확보했다. 군민소득증대와 지역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좋은 사례다.

우리군은 ‘사과․딸기산업특구’와 ‘항노화 힐링특구’를 이미 지정했고, ‘승강기산업특구’도 지정을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이쯤에서 다시 수승대로 눈을 돌려보자. 수승대 관광지 안에는 은하리라는 마을에 18가구가 아직 거주형태로 남아 있다. 관광객으로 인해 거주환경도 열악하지만 관광시설 확충에도 장애가 된다.

특구제도는 지정 후에도 계획변경이 가능하다. 당초에 반영하지 못한 수승대와 인근지역을 묶어 계획변경을 제안해 본다. 은하리 이주와 수승대 건너편 농경지에 ‘정자풍류촌’을 해보자. 항노화 힐링특구의 계획에 관광휴양지구 지정을 반영하면 행정절차가 쉬워진다.

특구계획에 포함된 단위사업들은 국도비 쪽지예산 확보가 쉬울뿐더러, 농산지 개발계획 규제특례를 활용한다면 빠른 시일 내 전주 한옥마을과 같은 관광지가 우리 군에도 조성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자풍류촌을 조성하면 황산한옥마을과 어우러져 충분한 시너지가 가능하다. 황산마을에는 전선을 지중화하고 한옥민박촌 확대, 전통 물레방아를 설치하면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손색이 없다. 척수대에서 해인정까지 굴곡 도로 선형을 개량하면 여유 공간이 생기고 넉넉한 숲을 조성할 수도 있다.

우리군의 축제는 여름에 집중되어 있다. 수승대 인근 야산과 남덕유산 자락에 산나물과 약나물 체험단지를 조성하면 특화된 봄축제도 가능하다. 강변축제의 자리를 수승대로 옮겨 4계절 축제를 완성해 보자. 축제마케팅으로는 지역을 홍보하고, 힐링마케팅으로는 주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체류형 관광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보면 어떨까?

수도사업소 관리담당 강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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