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군삶의쉼터 관장 일광

[매일경남뉴스] 거창군삶의쉼터는 왜 공직 퇴직자들이 이용을 하는가?

왜, 살만한 사람이 거기서 식사를 하는가?

삶의쉼터는 못사는 사람, 불쌍한 사람들이 가서 밥 먹는 곳 아닌가?

개관때 부터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간혹 이러한 걱정의 말씀이 들려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복지를 전공하기 전에는 빈궁한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복지공부를 하고 관장이 되어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그 분들 외에도 복지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쉼터 노인복지관은 거창군에 거주하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이면 빈부귀천,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오실 수 있는 여가복지시설입니다. 이는 1981년 6월 재정된 대한민국 노인복지법 제36조에 노인복지관 역할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노인복지관은 지역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시설로 집단급식소(식당운영)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취미, 여가활동, 평생교육을 하도록 복지법상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별적 복지가 아니라 누구든지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법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보면 우리 어른들이 평생을 어떻게 살아오셨는지가 보입니다. 일생을 자신과 가족, 국가를 위해 평생 일 해 오셨습니다. 현재의 사회를 일구어낸 공헌으로도 응당 대우를 받고 복지혜택을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약해지면 누구나 만성질환이 생기고 고독을 느끼며 따스한 의지처가 필요하지요. 이 문제는 물질적,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공직을 퇴직했다고 해결되는 부분이 아닙니다.

노인성 질환과 우울, 노인자살이라는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노인문제에 대하여 복지는 예방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며 누구나 복지적 보살핌과 보호를 받아야합니다. 어르신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고 각종 질병과 우울로 병원을 오가게 된다면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가족의 부담과 고통은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어르신이 십년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쉼터에 와 실컷 노래 부르고 나니 우울증이 치료되어 약을 끊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병약한 부모님이 항상 걱정되었는데 쉼터에 나가시고 활기를 찾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그 자녀가 고마움에 무료급식을 후원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분들이 만약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얼마나 적적한 세월을 보내시겠습니까? 삶의쉼터에 나오셔서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다함께 모여 한솥밥을 먹으며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펴 드리는 것이 이 시대 보편적 복지이고 또한 응당히 내 부모처럼 그렇게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창군삶의쉼터 -

거창군에 주소를 둔 60세 이상 노인과 거창군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가족, 지역여성과 아동이면 누구나 오실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쉼터는 반드시 어렵고 궁핍한 분들 뿐만이 아니라 거창군에 주소를 둔 60세 이상 노인과 거창군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가족, 지역여성이면 누구나 오실 수가 있습니다. 빈부귀천과 성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오셔서 식사를 하고 취미,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어떠한 이유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만약 이곳이 빈궁한 분들만 식사하도록 차별을 둔다면 그 분들은 얼마나 자존감이 상하고 낙인감이 생기고 서럽겠습니까? 그 밥은 따스한 밥 한 그릇이 아니라 서글픈 식사가 될 것입니다. 이는 온당한 복지가 아닙니다.

당연히 어렵고 힘들고 궁핍한 사람을 가장 먼저 우선적으로 도와 드리는 것이 맞습니다. 그 일은 저희가 지역복지팀을 따로 만들어 직접 찾아가서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보살펴 드리고 있습니다.

삶의쉼터 동력은 예산을 지원해주는 거창군과 경향각지에서 도움을 주는 후원자들과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들로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복지관이자 거창군의 자랑이며 누구나 지치고 힘든 분들을 편안히 잘 모시는 역할을 대신 해 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문밖에 나가기 어려웠던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대인관계와 세상을 배워 사회구성원으로서 재활능력을 계발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고 있습니다.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적막한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배움과 취미활동을 하고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는 학교입니다.

누구든지 늙고 병이 듭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게 외롭고 쓸쓸할 때 오실 수 있는 곳이 거창군삶의쉼터입니다. 거창군민이면 누구든지 오실 수 있는 복지공간입니다. 앞으로 내가 늙으면 올 수 있는 곳이며 나의 부모나 이웃 친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입니다.

복지관을 잘 나오시다가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 병원에 입원하셨거나 돌아가신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병환으로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자녀가 저를 찾아와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평생 자식 공부시키느라 일만하고 고생고생 살아 온 아버지를 보면 항상 가슴 아팠는데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 잠시나마 쉼터에서 재미나게 취미활동을 하고 경로식당 밥을 맛나게 드시고 가셔서 자식으로서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원이 되듯 거창군삶의쉼터도 빈부귀천 성별, 종교에 상관없이 노인,여성,장애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정을 느끼고 서로 부대끼며 사는 곳입니다.

혹여 주위에 외로움과 우울감을 느끼시는 어른들과 장애인이 있다면 삶의쉼터로 이끌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지역사회의 활력을 부여하는 원동력이며 노인과 장애인과 지역주민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노후의 우울을 떨치고 활력과 보람으로 건강한 여생을 누릴수 있도록 도움드리는 것이 저희 복지관 직원들의 역할이고 보람이며 거창군삶의쉼터의 존재이유입니다.

저희들도 거창의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하여 앞으로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역주민 모두에게 칭찬받고 자랑이 되는 거창군삶의쉼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거창군삶의쉼터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7월 3일 신정란(일광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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