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묵은 씨앗이 싹을 튼다. 여리 디 여린 작은 씨앗에서 움이 트고 두터운 흙을 밀어내고 고개를 내민다. 작은 씨앗이 가진 그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농사는 매일 매일이 경이로움이다.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모든 과정이, 하루하루의 자라남이 경이롭다. 잎이 커지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볼 수는 없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훌쩍 자라있다. 농부는 매일매일 경이로움을 만난다.

마늘은 어디에 좋고 양파는 어디에 좋고 사과에는 뭐가 많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 생명력을 먹는 게 좋다. 작고 여린 씨앗에서 세상을 향해 두 팔 펼치는 그 생명력을 먹는다. 그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 생명력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서 내 몸을 이루는 것이다. 오늘 내가 먹는 밥이 곧 내 몸을 이루고 있다. 내가 오늘 무얼 먹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밥이 나를 말하는 것이다.

밥 한 술 입에 넣고 침과 함께 잘 버무리며 씹는다. 목을 넘어간 밥은 위로 들어가 녹여지고 분해되어서 다시 소장, 대장으로 들어간 밥은 온몸으로 퍼져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큰 혈관을 지난 밥들은 다시 작은 혈관으로 들어가 피부가 되고 세포가 되어 몸을 이루어낸다. 지난 세포들은 때로 되어서 떨어져 나간다. 크고 작은 우리 몸의 분비물들은 다시 자연 속으로 또 다른 생명들의 밥으로 이어진다. 밥이 나의 근본이고 세상의 근본이다.

건강한 밥상이 차려져야만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그 근본이 위협받고 있다. GMO가 우리 밥상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GMO란 무엇인가? 유전자조작생명체. 유전적으로 조작된 생명이란 것이다. 생명이란 말을 붙이는 것조차 불편하게 자연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생명의 형태를 가진 것이다. 자연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동물과 식물의 교잡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체이다. 예를 들면 차가운 바다 밑바닥에 사는 넙치의 유전자를 떼어내서 딸기에 접목을 시킨다. 이렇게 하면 딸기에 냉해저항성이 강해져 쉽게 무르지 않는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서 회를 쳐서 먹어야 할지 매운탕으로 끓어 먹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종자를 개량해서 만들어 낸 육종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우리 식탁에 올라와 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생명체, GM식품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질지 모르고, 우리 아이세대에 그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물려주어야 할지 모를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GMO를 얼마나 많이 먹고 있을까? 한국농정신문에서는 국민1인당 쌀 소비량이 65kg인데 비해 GMO의 소비는 62kg이라 소개했다. 다시 말해 우리 밥상에 올라온 밥 한 그릇 만큼이나 GMO를 먹는다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한번도 GMO를 사먹어 본 적이 없는데, 당신은 한번이라도 가게에 가서 GM식품을 구입한 적이 있었던가? 누구도 GMO를 사본 적이 없지만 우리는 이미 밥 한 그릇 만큼씩 먹고 있다.

그것은 이 나라의 GMO에 대한 표시의 문제이다. GMO를 원재료로 만든 가공식품이라 해도 GMO 표시쯤은 안 해도 괜찮은 법을 만들어 놓았다. 원재료 함양기준이 어떻고, 원재료 함양비율 1순위~5순위 어떻고, 비의도적 혼입율 몇% 어떻고 하던 간에 그냥 GMO로 식용유를 만들었으면 GMO식용유. 이렇게 하면 끝이다. 무슨 함양기준이 어떻고, 최종단계에서 단백질이 남아있니 안남아 있니 하는 알 수 없는 기준을 들이 대는가?

이러니 가게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식용유가 GMO를 사용했음에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고 있다. 식용유뿐이랴? 된장, 간장, 라면, 과자, 빵, 아이스크림, 술, 음료수, 참치 캔 등등을 가리지 않고 가공식품의 대다수는 GMO를 원재료로 사용했음에도 어디에도 GMO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은커녕,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 헌법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우리는 정상적인 삶과 먹거리를 원할 뿐이다. 그것이 그렇게 사치스럽다면 최소한 내가 알고서 내가 선택할 권리는 주어야 할 것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GMO로 만들었다 해도 표시조차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지난 2월부터는 GMO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식용유라는 것도 표시를 못하게 해 놓은 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처음 이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이 간장은 유전자를 조작해서 키운 콩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라는 문구를 쓰면 처벌받는다니...

친환경농업육성을 위한... 이런 법이 있다. 자연에 크게 거스르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유기농, 무농약 등의 농법을 장려하는 그러한 법이다. 그리하여 환경과 농부 그리고 소비자의 건강권, 선택권 등을 보호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부에게는 환경장려금도 주고 친환경인증서도 교부하고 그 나름의 긍지와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고, 농부는 친환경인증서를 통해 친환경농산물의 차별성과 건강성 등을 알리는... 이런 것은 한마디로 친환경농업을 육성을 위한 장려의 정책이다.

좋은 먹거리를 만들었으니 널리 알리고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GMO법? 에 의하면 친환경농산물 인증서를 들이 내미는 순간 처벌된다는 것이다. 유기농으로 딸기를 생산하였으니 맛있게 드십시오 하는 이야기나 ‘GMO는 안 썼으니 안심하고 드십시오’ 하는 거랑 무엇이 다른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어떤 것은 널리 알리라고 인증서도 교부하는 마당에 어떤 것은 알리는 순간 벌금 먹이고 영업정지를 먹인다니 말이다.

도대체 국민을 위한 법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96년부터 GMO를 수입해서 지금은 GMO식품 수입 세계1위의 국가가 우리나라이다. 지난 20년간 그렇게 GMO를 수입해 먹더니 지금은 어떠한가? 청춘남녀 5쌍이 결혼하면 1쌍은 불임이란다. 지난 16년간 기형아의 출생율은 50% 이상 증가 했고, 우리 사랑스런 아빠 딸래미들은 성조숙증이 27배나 증가 했단다. 또한 자폐아 발병율 세계1위에 자살율도 세계1위를 10년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한 것이 호르몬계통의 이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뿐이더냐? 대장암, 유방암 할 것 없이 치매, 당뇨, 비만 등 30가지 넘는 질병증가율이 세계1위를 지키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의식동원.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같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GMO식품수입 세계1위에 따른 질병증가율 세계1위는 결코 따로 떨어져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학계, 의료계 그리고 언론계에서는 몬산토 한국지부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식약처와 같은 행태를 따르지 말기를 바란다.

가만히 두면 ‘밥상위의 옥시’ 사건이 또 터질 것이다. 더 이상 제2의 가습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GMO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길 바란다. 

이춘일(거창군 웅양면 농부, 한 살림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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