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은 곧 회복이다.

휴가는 편안하고 한가하게, 자신을 찾는 시간으로 매일경남뉴스l승인2017.09.04l수정2017.09.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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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봉 거창 부군수

[매일경남뉴스] 본격적인 휴가철이 끝나가고 있다. 휴가(休暇)는 말 그대로 하던 일을 중지하고 편안하고 한가로이 노는 기간이다.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는 휴가, 어제와 오늘의 피서 풍습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더위에 지치기 쉬운 여름에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게 하는 피서 풍습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피서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는데, 특히 20세기 이후에는 새로운 피서 풍습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해수욕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지 않았었다. 해수욕은 18세기 유럽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1913년 일본인들에 의해 부산 송도해수욕장이 개설되기 시작해, 인천 월미도, 원산 송도원 등에 연이어 개장하면서 차츰 새로운 피서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중 부채만 한 것이 없었으나 지금은 선풍기, 에어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자에 모여 시를 읊고 술을 마시는 풍속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또한 약수나 제호탕 등의 음료 대신에 상점 냉장고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청량음료로 더위를 식히게 되었다. 또 거주지 인근의 산이나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해외의 유명 피서지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거나 대규모 시설을 갖춘 물놀이 공원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이 정석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휴가라고 하면 해외든 국내든 어딘가 여행을 가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평상시 일에 쫓겨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에게 휴가는 일 년 중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휴가의 절정기가 7월 말부터 8월 둘째 주에 몰리는 것은 날씨가 좋은 때이기도 하지만 방학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휴가만 손꼽아 기다리다 보니 집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는 분위기다.

휴가철 해외여행은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휴가 때 해외로 나가려면 연초부터 여행지를 검색하고 항공권과 숙박시설을 예약해야 하는데 이것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꿈도 꾸지 못한다. 국내 여행도 최소 2~3달 전에는 미리 숙박시설을 찾아야 예약할 수 있다 보니 휴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한다.

올여름에도 많은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다. 대부분은 '패키지여행'으로 여행사의 일정대로 새벽부터 차량을 타고 여기저기 유명한 곳을 둘러본다. 그러고 나면 면세점이나 관광 상품 판매점에서 기념품을 사는 의무를 빠짐없이 수행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경험 쌓기에 분주하지만, 시간에 쫓겨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해외여행에서 남는 것은 "나, 해외 갔다 왔다."뿐이다.

정신없이 휩쓸려 다니다 보면, 보고 느낀 것도 없이 며칠간의 일정은 허무하게 지나간다. 해외여행의 추억이라는 게 인증용으로 SNS에 올릴 휴대전화기 사진 몇 장이 전부다. 돌아오는 가방 안에는 관광지 이미지가 새겨진 열쇠고리 꾸러미나 양주, 면세 담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쓰면 현지 면세점에서 구매한 고가의 향수, 가방이나 지갑, 시계 정도다.

국내 휴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계곡과 해수욕장에는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어렵게 휴가지에 도착하면 아빠들은 마치 '의례(儀禮)'를 치르듯 정성스럽게 숯불을 피운다. 휴가의 최고 이벤트인 고기를 굽기 위해서다. 휴가 둘째 날 아이들이 계곡이나 바다에 잠시 몸을 담갔다가 돌아오면 아빠들은 또다시 고기를 굽기 위해 숯불을 피운다. 중간에 닭도 삶아 먹고 부침개도 하고 소시지나 감자, 고구마도 구워 먹지만 휴가지에서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한두 편 보면서 즐겁게 지내기도 한다지만 날마다 아빠들은 어김없이 숯불을 피운다. 올여름 휴가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열심히 숯불에 이것저것 구워 먹고, 마신 기억뿐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은 힘들어도 즐겁다. 문제는 도착해서 어떻게 보내느냐다. 틀에 박힌 일정을 소화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며 ‘여행 스트레스’를 더한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겠는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휴식 없는 삶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한 헨리포드의 말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여유 있는 휴식을 취한 뒤에야 안전하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태봉 거창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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