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연탁 대전대 한의과 교수

-약력-

안의한의원 원장

대전대학교 한의과 대학 교수

푸른산내들 대표

시인

현재 거창은 아프다. 대부분의 군민 뜻과 반대되는 학교 앞 교도소가 법조타운이라고 미화되어 도입되려 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서와도 맞지않는 교도소를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계속적으로 학교 주변에 건립코자 밀어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사적으로 유치할려는 집단의 심정을 이해해 볼려고도 했다. 석재사업이 거의 끝물이 되어가고 거창의 대표적 농산물인 사과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거창 미래의 경제가 걱정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수 있는 국가기피시설인 교도소 건립이란 국책 사업이라도 유치해서 그것으로 거창의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했을 것이다.

교도소를 유치한다면 군민들이 대부분 반대할 것이 뻔함으로 꼼수를 부렸을 것이다. 대리 서명, 가짜 서명을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국책사업을 따냈을 것이다. 거창의 경제 활성화와 오랜 민원 해소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혐오시설인 교도소면 어떠랴 싶었을 것이다. 군민들의 반대와 부정적 반발도 점점 사라지고 자신들의 진정성을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틀렸다. 어떤 경우에도 학교 앞 교도소는 수용 할 수 없다.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가 나아져야지 삶의 질을 추락시켜 가면서까지 밥 한 끼 더 먹고 배 채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맛있고 친환경 무공해의 밥을 먹기 위해 밥값보다 더 비싼 기름값을 써가면서 먼 곳까지 가서 식사를 즐기고 있지 않는가. 이제는 양보다 질이 소중한 시대이다.

따라서 도심속 학교 앞 교도소 유치는 거창에 사는 군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창군민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말 것이다. 청송의 사례는 그런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적인 면만 따진다 해도 땅값 비싼 도심의 학교 앞 교도소가 아닌 폐석산 등을 이용한 값싼 외곽 국유지 교도소 유치가 적절하다. 그런 곳에 유치한다 해도 최소한 교도소 추진위나 거창군에서 주장하는 경제적 효과 대부분은 거창 내부에 그대로 존속될 것이다. 교도관들 역시 교도소내에 지어질 직원 아파트에 거주할 것이다. 그럼으로 주민들과 학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심 인근에 교도소를 굳이 유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참 비참하다. 너무나 시대적 상식에 반하는 논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논의는 더이상 그만하자. 좀더 생산적인 논의로 옮겨가 보자. 이제 거창의 미래를, 희망 찬 미래를 제대로 꿈꾸어 보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미래를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꿈꾸어 보자. 살아가면 갈수록 더 행복해지는 미래를 꿈꾸어 보자.

몇 몇 사례들로 정리하자면 생태 도시 거창, 교육 도시 거창, 동화 마을 거창, 연극 도시 거창이 바로 우리가 함께 꿈꿔야하는 미래라는 것이다. 먼저 거창의 인문 사회적, 문화적, 자연적 조건을 따져보자.

차량으로 1시간 정도이면 거창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을 살펴보자, 현재로도 대구, 대전, 진주 등의 대도시가 있다. 대구 250만, 대전 150만, 진주 50만, 기타 50만 등 거창을 중심으로 500만 인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함양ㅡ울산간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이보다 더 많은 인구가 거창과의 접근성이 높아 진다.

주변 어느 도시보다 생태적인 자연 환경자원을 가지고있는 도시가 바로 거창이다.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으로 둘러쌓여 수려함을 고스란히 보유하고있는 거창이다. 거창 시내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산들을 마음껏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창이다.

자연 생태계를 조성해서 생태학습장, 생태습지 등 생체공원도 조성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옛강으로 돌린 곳도 거창이다. 수달과 얼룩새코미꾸리가 살아가는 자연강이 거창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조만간 수십만 평에 창포원 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질 않는가. 게다가 거창은 이미 교육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는 만큼 거창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지역정서에 적합한 사업들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거창군의 계획에 의해서 아카데미 도시로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학교의 담벼락을 없애고 거창 전체가 아카데미 도시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거창은 어린이 책 공부를 수십 년간 공부해온 사람들이 200여 명이 있다. 매주 1회 이상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사람들이다. 작은 군 단위 치고는 200여 명이란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그리고 이들은 전국 4000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과 네트웤을 구성해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수많은 동화 작가와 미술인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은 생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옛 백제와 신라의 국경 도시였던 거창은 그에 얽힌 여러 가지 설화들도 간직하고 있다. 수승대에 얽힌 얘기, 선화공주에 얽힌 얘기뿐만 아니라 그 유명한 대동여지도 원본이 머물러 있는 곳이 거창이다. 이런 소중한 역사와 천연 자연환경을 고루갖춘 보기드문 거창의 머리 격인 현 교도소 예정 부지에 이러함에 부합하는 국가시설이나 테마사업을 조성해서 발전시켜 가야 한다.

동화마을 조성이 바로 그 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제대로 된 동화마을을 만든다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 내 동화마을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몇곳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있는 건축물에 벽화를 그려놓거나 소품 몇점으로 장식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거대한 구상을 꿈꾸어 보자.

현 교도소 예정 부지에는 그 어떤 것도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 계획적인 동화마을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수많은 상상력으로 아이들을 위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외국 동화 마을 모방이 아닌 한국의 어린이이 바라는 건축물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건축물을, 동화 작품에 소개되어 이미 익숙한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그에 걸 맞는 소품들을 배치하고 꾸며서 무한대의 경제적 수익을 창출해내고 오랜 거창의 자랑을 유지 할수 있다. 더 나아가 거창 읍내 전체를 동화마을처럼 꾸미는 것도 생각속에 그려봄직 하다.

그리고 거창 읍내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보자. 거창 읍내에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차량도 다닐 수 없는 도시로 만들어 보자. 거창 읍내는 분지다. 자전거로 대부분 이동이 가능하다. 거창 읍내 외곽에 큰 주차장을 만들어 놓자. 거창 읍내 전체를 자전거와 마차나 인력거로만 이동하는 동네로 만들자.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군에서 운영하는 무료 인력거와 마차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부족하다면 읍내 여기저기를 오가는 전차 정도는 허용할 수 있겠다.

외부로 이동하는 분들은 각 가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외곽 주차장까지 와서 그곳에서 차를 이용해서 외부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외부 손님들도 거창에 들어오면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나 인력거나 마차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동화마을 뿐 아니라 거창 읍내 전체를 걷거나 자전거와 마차와 인력거에 의존해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동화마을과 차 없는 도시는 동화마을 거창, 교육도시 거창, 생태도시 거창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이상적일 뿐이라고 할수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현실로 승화시킨다면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들에게 이보다 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바쁘게 오가며 정신없이 사는 도시인들이 거창을 방문하기만 하면 제대로 힐링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들에게 동화마을과 차 없는 도시의 매력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 될것이다.

상상해 보라. 아이들과 동화마을을 구경한다. 제대로 보기 위해 며칠 머문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인력거를 타거나 마차를 타거나 전차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고 다닌다. 생태 습지를 본다. 시내를 관통하는 영호강에서 수달을 구경한다. 얼룩새코미꾸리를 관찰한다. 창포원을 둘러본다. 대동여지도를 본다. 국경도시 설화에 젖어든다.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으로 등산했다가 거창에서 저녁을 맞는다.

이렇게만 된다면 거창에는 전국의 관광객들이, 특히 도시 생활에 찌들어 황폐화된 정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동화마을을 구경하고 자연 생태계를 체험하고자 하는 전국의 어린이들이 몰려올 것이다. 제대로 된 생태도시 교육도시 동화마을 도시에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머물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려 올 것이다. 거창 전체가 갖추고 있는 교육 기관에 머물고자 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이주해 올 것이다.

거창은 이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화마을을 운영하고, 동화마을로 인해 상상되어진 여러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그 관광 상품들로 수익을 향상시키고, 인력거와 마차를 끄는 젊은 친구들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으로 세계적인 유일한 관광 명소로 거듭 날 수만있다면 거창군민들에게는 경제적 이득을 그대로 흡수하면서도 전통과 현대그리고 미래를 잇는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거창의 7만여 군민은 그런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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