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구치소 문제를 공론화하여 해결하려 했던 거창구치소 공론화 준비위원회(준비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며 군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거창군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거창구치소 갈등의 지난 과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거창구치소는 유치라는 출발 단계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공청회 등 주민의견을 청취하는 절차 없이 유치 결정 하였으며, 둘째, 실제 유치하는 행정기관은 구치소뿐이며 법원지원, 검찰지청은 단순 이전이지만 법조타운 유치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셋째, 법무부에 군민들이 유치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시행된 서명운동은 사망자까지 서명된 대리서명으로 위조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넷째, 법무부 현지실사 결과 아파트 인접, 예산과다 소요 등의 사유를 들어 입지 부적절 통보를 했음에도 그 후 2개월 만에 다시 신축계획이 확정되어 내려온 것이다.

이러한 실상을 뒤늦게 알게 된 군민들은『교도소유치를반대하는거창학부모모임』,『학교앞교도소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천막농성, 항의집회, 교도소 OUT 리본달기, 현수막 게시 등의 교도소 반대운동을 벌였고 시내 곳곳의 가정집에서도 교도소 반대 현수막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또한 학교 앞 교도소가 거창의 교육도시 이미지를 저해하고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초등학교 학생 8개교 1,300여명이 나흘간이나 등교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생겨 많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러다 거창구치소 유치 과정상의 많은 문제점을 익히 통감하던 양동인 군수가 지난 2016년 거창군수 재선거에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듯했다. 양동인 군수는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구치소 이전을 건의하였고 마침내 법무부는 거창군이 대체부지 제안 시 적극 검토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에 거창군은 대체부지선정위원회의를 구성하고 군민 공청회 등을 거쳐 중산마을과 오리골 2곳을 대체부지로 제안하였고 법무부는 2차례의 현지실사를 통해 검토했으나 결국 지난해 4월 이전불가 통보를 해왔다.

하지만 군민들은 이러한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당초 유치 시에도 아파트 인접, 예산과다 소요 등을 들어 성산마을 입지를 부적절 통보했다가 신축으로 돌아선 법무부의 태도를 고려해 볼 때 대체부지는 훨씬 민원이 적고, 부지매입비가 중산마을은 1/2, 오리골은 1/3 수준이어서 예산도 적게 드는데 법무부가 거부할 이유가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거창구치소 예산 편성 부대의견인 “거창구치소 문제는 거창군이 대체부지를 선정하면 법무부가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를 존중해서 2017년 예산은 반영하되 집행은 법무부와 거창군이 합의가 되면 집행하도록 한다.”는 뜻을 존중하는 척하며 예산집행을 위한 형식상의 합의 과정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예산 편성 시에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거창구치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결과 “법무부는 거창구치소 사업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과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예산은 법무부와 거창군이 합의가 되면 집행하도록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 무엇보다 지역갈등 해소가 최우선임을 명시했다.

한편, 그동안 법무부를 믿고 성실히 협상에 임했던 거창군은 더 이상 행정적인 방법으로는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청와대, 국무조정실, 국회 등을 오가며 정무적으로 이전을 호소하는 등 지역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또한, 이전을 주장하는 근거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인 성산마을의 양계장 분뇨 악취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오히려 양계장 악취 문제 해결은 전임 군수시절 구치소를 유치하기 위해 내세웠던 명분이었다. 악취 해결은 이전 타당성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원안고수 측에게 당초 유치 목적은 달성되었지 않느냐며 협상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설득 논리로 작용하였을 뿐이다.

양동인 군수는 강남권에 구치소 이전을 시작으로 경찰서, 우체국 등 공공기관의 순차적 이전으로 신행정타운을 조성하여 강북권 과밀을 해소하고 행정적으로 낙후된 강남권을 개발하는 지역균형발전 구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전추진 측 역시, 거창에 교도소 건립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 아닌 거창군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더 나은 입지를 찾아 이전 하자는 것이기에 이를 단순한 님비현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무적 노력의 결실로 거창구치소 문제가 국무조정실 25개 갈등과제 리스트에 포함되어 집중 관리되며 국무총리 거창 방문 계획이 수립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으나, 국무총리 방문 이틀 전 거창군의회 군의원 11명중 9명이 원안고수 결의문을 기습 발표하면서 국무총리 방문도 무산되었다.

중재에 적극 나서던 국무조정실도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뒤 거창군 내의 의견도 통일되지 않았다며 단일화된 의견을 요구하였고 초기에 갈등이 치유되지 못하고 4년 이상을 끌어온 근본적 원인은 소통 부재에 있었다고 판단한 거창군은 군민 토론회를 열어 군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

토론회 결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여 해결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지만 끝장 토론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군의회 및 원안고수 측에서 참여를 하지 않아 당장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원안고수측이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어 향후 찬반 양측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위가 발족하게 되었다.

군의회와 원안고수측은 토론회가 시급히 추진되어 이전추진측만 참여한 반쪽짜리 토론회라고 비판하나 토론회는 특정인만을 초청하여 진행되지 않았고 참여 의향만 있었다면 원안고수측도 얼마든지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기피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준비위는 위원회 구성 시부터 한 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찬반 양측을 만나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원안고수 측의 참여 거부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자 거창군에 구성 제안한「갈등조정협의회」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하며 해산하였다.

거창구치소 문제의 오랜 갈등은 소통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이었던 소통 부분부터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소통의 결과는 원안일지 이전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어떠한 입장이든 숨어서 비판만 하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해결책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구치소 건립사업은 이제 보상협의가 마무리되고 협의되지 않은 필지에 대하여 수용재결이 진행 중이며 공사도 부지정지작업 정도만 이루어지고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시간만 끄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심각한 손실을 발생시킨다. 본격적인 착공이 이루어지기 전 대화와 협의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어 구치소 문제를 매듭지어야 더 큰 손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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