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 서경병원이 응급의료기관으로 승인받아 운영해오던 24시간 응급실을 간호인력 부족 등으로 유지하기 불가능해 응급의료기관 승인을 반납한 사실이 밝혀져 거창 응급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구 7만 거창에서 유일하게 응급의료기관으로 승인받아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했던 서경병원이 거창군에 ‘응급의료기관 승인 반납’을 통보하고 3월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경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거창군보건소에 응급의료기관 승인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려면 의사 3명과 간호사 9명이 필요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간호사 결원이 생겼고, 간호인력 모집도 되지 않아 응급실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관 지정과 관련한 규정이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소규모 지역의 여건이 반영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20여 년 동안 지역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의료기관의 사명과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재정적 적자를 감수하면서 인력 수급에 노력을 해 왔으나 지역 여건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라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경병원은 설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응급환자에 대비해 2월말까지 24시간 응급실을 현형대로 운영하고 3월부터는 주간에만 외래 의사가 내려와 응급의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거창군보건소는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해결방안 모색에 나섰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지면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가 불가능하고,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쳐 거창지역 군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인식하고 야간 응급의료기관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관내 의료계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거창군보건소 관계자는 “3월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 승인받아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실이 없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응급처치와 진료를 못해 골든타임을 넘겨 거창 군민들이 불안해하고 생명의 위협을 고스란히 떠안지 않아도 되는 대책을 수립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적십자병원도 간호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응급의료기관으로 승인을 받아 규정에 준하는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것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거창 내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대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경병원 야간 응급실도 3월까지는 현행대로 운영되고 적십자병원에서도 내과 위주의 야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고 거창고려정형외과도 응급을 요하는 긴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야간에도 가능한 체제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은 큰 불편함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군단위에 소재하는 의료기관은 대도시 의료기관보다 재정과 인력 등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은 인정되지만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기관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관내 의료계의 관심과 협조를 주문했다.

한편 서경병원의 응급의료기관 승인 반납 소식에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당황해 했다. 아울러 거창군과 관내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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