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요즘 사람들이 몇 명만이라도 모이는 곳에 가면 명함을 돌리며 반갑게 손을 부여잡고 얼굴 내미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 후보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선거 때만 되면 주민들을 받들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니 이를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처럼 행사나 모임에 얼굴을 알리려는 사람들로 인해 행사의 본질이 왜곡되기도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목에 깁스를 하다가도 선거만 다가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혈안이 된다. 이러함은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다. 시민의식은 높아졌는데 정치인들만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반짝 얼굴을 알린다고 해서 선택받을 수 없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선거철에 관계없이 평상시에 항상 주민들과 삶을 같이하고 좋은 일을 하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실례로, 모 군의원은 평소에 주민들의 애경사를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의 불편함과 작은 걱정거리도 집안일 같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그를 한결같이 신뢰하고 의지한다. 선거운동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주민들을 한 결 같이 받드는 성실함과 어진 성품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평상시 행동이 그 어떤 선거운동보다도 확실하게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선택받을 수 있다. 학력도 높고 재력도 풍족할 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뛰어난 훌륭한 인물이 있다하더라도, 이러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선거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기쁨을 같이 나누고 슬픔을 함께한 고마움은 쉽게 잊지 않는다. 큰 도움에는 부담을 느끼지만 작고 사소한일에는 감동받는다. 정치 지망생이나 기성정치인들이 한번쯤은 새겨야 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리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왜 정치를 해야만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정치를 하지 않고서도 지역사회를 위해 뜻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귀향해서 마을 이장을 맡아 공직에서 경험한 산지식을 바탕으로 마을의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주민들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공직의 경험도 없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름도 알리지 않은 채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재능기부로 주변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주고 훈훈한 정을 나눈다. 불우 이웃들의 집수리도하고 거액의 기부를 하면서도 이름조차 알리기를 꺼려하는 익명의 천사들도 부지기수다. 이렇듯 굳이 정치인이 되지 않아도 정치를 할 수 있고 모든 일상생활이 정치인데 말이다.

이래서 인가. 많은 주민들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이름을 알리고 눈도장 찍기에 분주한 출마예정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정치는 세상을 밝게 하고 주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다. 그런 정치를 하려면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정치를 해 왔어야 한다. 또한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주민들을 대신하라는 뜻으로 선거를 통해 정치인으로 선택받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재력으로 당선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주민들은 현명하다. 정치인이 되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허구라는 것을 잘 안다. 명함을 돌리고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의 평상시 삶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평소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밀며 읍소하는 일을 버릇처럼 하는 사람도 잘 알고 있다. 선거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기회주의자도 많은 경험으로 잘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주민의식은 이정도로 높아져 있는데 정작 정치를 하려는 정치 지망생과 기성정치인들은 여전히 선거는 당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철에만 잘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다지키면 나라가 망할 정도의 공약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온갖 감언이설로 주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힌다. 평상시에는 주민들 근처에도 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구석구석 누비며 거창 발전을 약속하고 주민 행복을 입에 담는다. 이는 주민들을 우롱하는 몰상식함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선량들에게 전한다. 정치는 어느 지위나 처지에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발전과 주민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선거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 무거운 짐을 지고 더 낮은 곳에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을 주민들이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를 전하기 전에 먼저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데 전념하길 바란다.

이제는 정치인들도 의식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출마예정자들은 주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헤아렸으면 한다. 가뜩이나 몰아치는 강추위 날씨로 인해 움츠리고 있는 주민들을 더 이상 짜증나고 마음 불편하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 선거는 말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서 선택받아 마음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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