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문경호

[매일경남뉴스 이명선 기자] 7살 된 아들이 있다. 아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지?”라고 물으면 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라고 이야기를 한다. 교육상 아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아들의 교통안전이 걱정이 되는 나로서는 아들이 내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차”라고 이야기를 해 준 탓에 아들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차”라고 알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차 조심해라”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사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현실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부모님들이 해야 될 일이 뭘까 고민을 해보았다.

안전벨트를 착용, 카시트 설치, 어린이통학버스 안전운전 등 여러 가지 주의해야 될 점들이 있겠지만 교통 경찰관인 나에게 아이들을 ‘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부모님들의 보행 교육’을 가장 우선에 두고 싶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1만1,264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71명의 어린이가 사망하였는데 그 중 보행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가 36명으로 전체 어린이 사망자 중 50.7%(36명)를 차지하였다.

이렇듯 어린이 교통사고는 ‘차대차’의 관계에서 일어나기 보다는 ‘차대사람’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보행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보행 중 일어나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럼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보행교육을 어떻게 하면 될까? 보행 교육은 결코 어렵지 않고 “서다” “보다” “걷다” 3가지 원칙만 기억을 하면 된다. 첫 번째 “서다”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일단 멈춰 서야 함을 뜻한다. 설사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녹색불이라도 일단 멈춰 서야 한다. 두 번째 “보다”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좌우를 살펴보고 자동차가 오는 방향을 보면서 건너야 함을 뜻한다. 세 번째 “걷다”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절대 뛰어서는 안 되고 여유를 가지고 걸어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위 3가지 원칙을 교육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절대로 무단횡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위 3가지 원칙도 결국 횡단보도 상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도로 위에서는 횡단보도가 아니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곳은 없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어린이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관으로서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위 ‘서다-보다-걷다’ 보행 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거창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문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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