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과수농가에게 가장 혹독한 한 해다. 봄에는 너무 추워서, 여름에는 너무 뜨거워서, 가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적당한 생육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과수 작목 중 농업소득 1, 2위인 사과와 포도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웅양사과포도영농조합은 올해 사과의 출하량이 3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일이 작아 실제 수익은 출하량보다 더욱 줄어들었다. 특히, 가장 큰 과일은 거의 없는 편이라 추석 제수용 과일 대란도 예상된다.

웅양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민 모 씨의 사과밭에는 떨어진 사과들이 가득했다. 민 씨에 따르면 4일 새벽, 굵은 빗줄기와 제법 강한 바람이 불며 꼭지가 약해졌던 사과가 떨어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새벽, 거창에는 70mm의 비가 내렸다. 민 씨와 사과밭을 둘러보는 사이에도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웅양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신 모 씨 역시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신 씨는 밭에 나 있는 농작물을 통째로 넘기는, 이른바 밭떼기로 한 달 전 장사꾼과 600만 원에 계약했지만, 최근 비가 연이어 내리며 포도가 다 터지는 바람에 100만 원 밖에 받지 못했다. 계약금만 받고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포도가 다 터져버려서 일손을 들여가며 따낼 형편이 안됐다.

포도는 이제 출하를 막 시작하고 있는 데다 봉지에 싸여있어 전체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8월 23일부터 9월 4일까지 12일 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매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터진 포도가 많다. 웅양사과포도영농조합 관계자는 ‘지금까지 출하된 포도를 살펴보면 큰 포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창군에 따르면 올해 4월 저온 피해를 입은 사과 과수 농가들을 위한 보상금 31억 7,800만 원이 책정됐다. 보상급 지급 대상은 1,831명이다. 거창군은 9월 7일 보상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으나 거창군의회 주례보고 및 예비비 편성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또,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저온피해나 일소피해를 특약으로 넣지 않은 농가들이 많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특히, 피해를 입증하려면 피해를 입은 과일이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농가들의 경우 탄저병에 걸릴 것을 대비해 솎아내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보험금 심사 방법도 문제라 실제 보험금 수령액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웅양사과포도영농조합 관계자는 “비가 계속 와서 포도도 터지고 사과 열과도 생기고 있는데, 7일 또 비가 내린다고 해 걱정”이라며 “수확기를 맞고 있는 과수농가의 피해가 유독 심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추석 대목에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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