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국회의원 부인의 튀는 행보가 지역 저잣거리의 화제다. 이 부인이 지역 행사장에 나타나면 일반 지역 주민들은 냉소를 보내는 모습들이 눈에 띄는데 반해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은 앞다퉈 ‘사모님’ ‘사모님’ 하며 굽신 거리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한다.

지방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지방선거 출마 시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부인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심지어 일부 같은 당 소속 지방의원은 부인이 행사장에 나타나면 국회의원 모시듯 재롱을 부린다. 그 부인에게 밉보이면 국물도 없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파다하다.

1950~60년대 자유당과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있던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 이 지역에서 버젓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반세기가 지나고 자유민주주의가 급성장한 요즘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방의원, 단체장을 국회의원 부인이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든다면 과연 지방자치제가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까지 든다.

단순하게 그 부인의 비툴어진 내조나 치맛바람으로 볼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국회의원 혹은 그 부인의 ‘심부름꾼’ 정도로 여기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행위다. 뿐만 아니라 정당공천권을 이용한 ‘갑질’이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부인은 물론이고 해당 국회의원까지 정치판에서 퇴출시켜야 할 심각한 문제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부인의 착각으로 빚어지는 난장판을 보고 뒤에서 쑥덕대고 있을 뿐, 누구 하나 공개적으로 비판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부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지역의 정치적 성향까지 보수적이며 특정정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치를 하려고하면 모두 공천에 목숨을 걸고 있는 판에 누가 누구에게 비판의 화살을 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쯤 되다보니 자치단체장과 다수의 지방의원이 그 부인에게 머리 조아리고 아니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다보니 이 지역 공무원과 공공기관 및 단체들마저 난감해하는 것은 물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억지춘향’ 으로 전락시켜 자괴감과 수치심까지 들게 해 행사를 망치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한다.

다양한 가치와 사상, 철학, 이념으로 혼란 속에서 살다보니 너무 심한 계급사회를 우리 스스로가 형성해 왜곡된 신분상의 질서로 착각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가야할 곳과 오지 말아야 할 곳을 망각하고 있고 너무 높은 곳에 아부하면서 주인이 머슴 되고 머슴이 주인 행세를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과는 달리 현재 국회의원이 당선된 이후부터는 각종 행사에서 국회의원이 불참할 경우 국회의원 부인이 참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행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부인이 행사에 참여해 극진한 예우를 받곤 한다. 행사 주최 측에서 초대장을 분명히 국회의원에게 보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부득이 불참할 경우 주관 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지역 사무실 관계자가 참석하면 된다. 행사와 무관한 부인이 참석해 국회의원 행세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제 넘는 행위를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직접 초대 받지 않은 사람이나 행사 성격과 맞지 않는 올 경우 주최 측에서는 예우 문제 등으로 순간적인 혼동을 일으켜 행사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행사에 참석해야 할 경우에는 인사 등으로 행사 진행에 지장을 주어서도 안 되고 의전 예우를 받아서도 안 되며 주최 측에서 권한다 하더라도 사양해야 한다. 또한 행사가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보기가 덜 흉하다. 내빈 인사만 받고 급히 빠져나가는 행위는 행사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생색내고 대접받기 위한 가식에 불과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주변으로 추락해 버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국회의원 부인 한 사람으로 그쳐서다. 만약 개념을 깨뜨리고 상식을 뛰어넘어 자치단체장이 일정상 참석이 불가하면 부인이 대신 참석하고 지방의원이 의회 일정 등으로 부인이나 남편을 대신 참석하게 한다고 가정해보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측에서도 전근대적인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인이 와야 행사가 성대한 것처럼 느끼는 기관장과 단체장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각 단체에서는 정치인을 초대하지 않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시간을 빼앗지 말고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행사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단체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같은 정치인들은 국가와 지역을 위해 일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정치인들과 자치단체장을 행사장에 초대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발전과 지역 주민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그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부적절한 행위임으로 근절해야 할 구태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년전 한 행사에서 국회의원 부인에 대한 의전문제로 의견 충돌이 발생해 국회의원 부인에 대한 의전절차를 중앙부처에 공식적으로 질의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바 있다. 답변은 공식적인 의전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에 그 부인은 납득하지 않고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최근 한 행사에서도 자리배치를 두고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순간 불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야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알려 준 뼈아픈 자리였다. 그동안 겪었던 불미스러움을 반면교사 삼고 지역 주민들은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국회의원에게 권리를 4년 동안 위임했을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은 국회의원 부인에게는 어떠한 권한도 위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대신해서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지역 주민 앞에 서는데 동의한 바도 없다. ‘아들이 시장이지 내가 시장인가’라며 아파트 경비 일을 계속하고 있는 모 자치단체장 아버지의 말을 교훈으로 인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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