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우리말에는 일방통행을 비꼬는 낱말이 적지 않다. 벽창호, 독불장군, 막무가내 등이다. 최근에는 ‘답정너’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이다. 

‘벽창호(碧窓戶)’는 고집이 세며, 말이 통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을 뜻한다. 마치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을 말한다. 즉 ‘꽉 막혀서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며, 완고하고 우둔하여 말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사람을 ‘벽창호 같다’고 한다. 사람들이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친 것’이라는 의미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은 어떤가. 이 낱말의 사전 풀이 또한 복잡하고 모호하다.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대로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남과 의논하고 협조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막무가내(莫無可奈)’도 한번 고집하면 융통성이 없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꽉 쥐면 놓지 않는 ‘고집(固執)’이다.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버티는 고집. 좋게 보면 신념 있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겠으나 좁은 식견으로 자기 생각만 관철하려는 고지식함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말들이 품고 있는 뜻이 하나같이 일방통행식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비꼴 때 쓰는 말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을 낮추고 귀를 여는 것이 소통과 신뢰의 조건인데 찾아보기가 힘들다.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중국의 명의 '편작'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병은 자기가 제일 잘 안 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야 말로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불치병 환자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불치병은 높은 자리에 있거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주로 앓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기 확신과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아집이 되고 벽창호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위가 높을수록 노력의 지혜를 가져야 한다. 사람은 심는 대로 거둔다.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두고 적게 심으면 적게 거둔다. 아무것도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다. 이는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직원은 갖은 애를 쓰는데, 알량한 권위나 내세우고 ‘갑질’을 해 댄다면, 만약 당신이 이런 평가와 대접을 받는 리더라면 일찌감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게 모두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다.

리더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성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조직원의 헌신적이고 능동적인 노력, 충성, 열정이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리더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세상에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것은 없다.

수많은 리더들의 롤 모델이 촉나라 유비다. 유비 리더십의 정체는 ‘서번트 리더십’ 즉 ‘섬김과 겸손의 리더십’이다. 알고 보면 그는 참으로 많은 이에게 머리를 숙였다. 유비는 열악한 환경에, 가진 것도 없는 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대대로 금수저인 오나라 손권, 재력가이자 세력가인 조조와 맞설 수 있었던 비결은 리더십에 있다.

유비의 촉나라는 국력에서 위나라의 10% 정도에 불과했다. 모든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유비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인재 등용과 그들의 자발적인 충성심 유도였다. 누구에게나 겸손하게,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감성리더십은 유능한 인재를 모으고 단결시킬 수 있는 힘이다.

그의 겸손과 굽힘 리더십의 결정체는 제갈량을 얻을 때다. 당시 유비는 제갈량보다 스무 살 연상이었다. 그럼에도 유비는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가 머리를 숙였다. 세 번째는 낮잠을 자는 제갈량을 몇 시간 동안 서서 기다리며 제갈량의 마음을 얻었다.

또한 유비는 나이, 신분, 부, 출신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그리고 인재를 얻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고 귀를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 특히 반대파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존중과 겸손은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힘이다.

이렇듯 유비가 리더들의 롤모델이 듯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이 가야 할 방향과 목표의 제시자로서, 또는 날카롭게 대립되는 의견과 역할의 조율자로서, 그리고 조직원의 아픔과 어려움을 읽어 내고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 다양한 능력이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리더는 전쟁터의 지휘관처럼 앞장서서 전진해야 하고 힘든 일이나 빛나지 않을 일도 함께해야 한다. 본인은 뒤에 숨어 직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다 ‘잘되면 본인 덕, 안 되면 직원 탓’을 한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지역현안으로 오랜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지역의 리더일수록 더욱 더 그렇다. 다양한 주장을 듣는데 많은 시간을 배려해야 하고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과 달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포용하는 자세로 소통하고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리더의 위엄이 서고 동의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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