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최혁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비리 유치원’명단이 공개돼 사회적 큰 이슈로 부상해 올해 국정감사의 핫 키워드는 단연 ‘비리 유치원’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비리 유치원으로 지목된 곳에서는 회계처리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공금을 유치원 대표자들이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물론 명품백, 성인용품 구입, 친인척 장학금으로 쓰기도 했다. 관심의 초점은 ‘비리 유치원이냐, 아니냐’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관심만을 끌어내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와 국정감사로 인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치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리에 관한 정확한 사실관계와 문제의 본질이 되는 회계문제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는 유치원 업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입은 유치원들, 학부모와 아이들, 교원들과 다음 세대의 교육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확한 비리의 기준은 무엇이며, 공개된 유치원 명단 또한 정확한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정작 공개된 유치원들이 어떠한 근거로 ‘비리’라는 낙인이 찍혔는지에 대한 상세한 보도는 없다. 그리고 해당 유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도 찾기 힘들다.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한 비리 유치원 보도만이 양산되고 있을 뿐이다. 비리 유치원 문제의 본질을 짚고 명단 공개의 객관성과 명확성을 집중 취재했다.

경남도교육청 2016년도 감사 결과 단순업무 착오로 ‘경고’조치를 받은 유치원을 ‘경남도교육청, 비리 사립유치원 공개 명단에 함께 포함돼 비리 유치원으로 낙인이 찍혀 홍역을 치루고 있는 ‘아림유치원’이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남교육청, 비리 사립유치원 공개…거창은 ‘경고’ 한 곳, ‘거창에서는 아림유치원이 수위가 낮은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회계처리 미숙과 물품구입 등 각종경비 지출 관련 일부 증빙서류 구비 소홀’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경고 처분을 내렸다.

경상남도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감사 결과의 공개는 학부모들의 알 권리 충족과 유치원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개하는 것’이라며 ‘공개된 모든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은 아님을 알린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당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상황이어서 감사받은 유치원까지 비리유치원으로 오해를 받으며 원아유치와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교육당국의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유치원 회계처리 미숙과 물품구입 등 각종경비 지출 관련 일부 증빙서류 구비 소홀’ 자체가 비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아니다. 아림유치원은 ‘감사받은 유치원’일 뿐이지 ‘비리 유치원’이 아니다. 감사 결과 회계내역에서 위와 같은 사안을 지적받은 것뿐이다. 그것으로 비리 유치원으로 낙인찍히고 언론에 보도될 시에 맞을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세한 보도가 없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독자들은 아림유치원을 그저 비리 유치원으로 기억하게 된다.

아림유치원의 김광숙 원장은 “우리는 감사받은 유치원이지 비리 유치원이 아니다.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보도되고 있는 비리 유치원 명단이 바로잡혀야 한다. 아림유치원이 감사받은 유치원으로 정정 보도되길 희망한다”며 “이미 무분별하게 쏟아낸 언론보도에 의해 비리 유치원으로 낙인찍힌 오명을 벗기에는 단순한 가정통신문과 개별적인 해명으로는 역부족이다”고 억울해 하면서 왜곡된 여론 확산을 경계했다.

김 원장은 “우리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으로 지정된 것으로 오해를 하는 원생 학부모의 연락을 받았다. 그 학부모는 ‘항상 통신문으로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고 운영위원회를 통해 투명한 운영과 보고도 거르지 않는데 의외’라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비리 유치원이라는 홍역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니 관련 선생님들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교육청을 탓하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려 한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교육할 수 있도록 언론에서 많은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며 “실제로 비리 유치원과 구분하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한 보도는 특정 유치원에 대한 마녀사냥, 여론몰이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언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중요한 교육의 현장을 지켜주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비리 유치원 파동으로 유치원 업계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비리’라는 단어가 오르내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본질적으로 유치원과 선생님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요즘 유치원의 모든 사람들이 신경 쓰고 있다”며 “학부모와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모두 피해자다. 특히 다음 세대에게 잘못된 생각이 뿌리내리면 교육적으로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심각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1월 9일 ‘2016년 사립유치원 특정감사 결과 회신’공문을 통해 2016년 특정감사 결과를 경남도교육청 홈페이지(감사자료공개방)에 익명 처리하여 공개하였으나 ‘유치원실명을 공개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유치원 실명과 감사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 교육청은 “감사결과 공개는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과 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개한 것으로 공개된 모든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은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감사처분 수준은 위법, 부당행위의 경중에 따라 주의, 경고, 경징계, 중징계 순서로 처분했고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대통령훈령)’의 비위 유형은 징계(경징계, 중징계)이상만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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