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SK건설이 감악산 일대에 공사 중인 거창군 신원면 덕산리 산13외 13필지에 조성 중인 거창 컨트리클럽 조성공사 현장에서 흙탕물이 유출돼 농업용수와 취수원 등으로 이용되는 인근 저수지와 하천수가 황토 빛으로 물든 채 방치되고 있다.

거창군 소재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에 내린 비로 거창 컨트리클럽 조성공사 현장에서 황토 흙탕물이 유출됐다. 공사 현장에는 흙탕물을 가뒀다가 침전시킨 뒤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침전지가 있었지만,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탓에 그대로 저수지에 유입됐다.

비가 온 이후 현재까지 두 달 지났지만 저수지는 여전히 황토 빛을 띠고 있다. 문제는, 워낙 황토의 입자가 초미세 먼지에 가까울 정도로 가볍고 작아 황토 흙탕물이 침전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거나 저수지 물을 완전 방류한 후 저수지 내부를 세척해야 제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푸른산내들 이순정 사무국장은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초미립자 황토는 수서생물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황토의 포화도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어류나 수서생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태가 몇 달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생태계 파괴도 우려된다.”라고 했다.

이 사무국장에 따르면 SK건설 관계자는 “수질검사를 한 결과 오염도에는 문제가 없는데 탁도가 기준치를 많이 초과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미립 성분이 많아 (침전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인정하며 “저수지 배수구 쪽에 오탁방지망과 활성탄을 넣어 침전시키는 구조물 두 개를 설치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건설 측의 해명과는 달리 저수지 배수로에 설치된 오탁방지망은 무용지물이었고, SK건설은 10월 초에 내린 비로 무용지물이 된 침사지를 방치해 최근까지 흙탕물이 계속 저수지로 유입되어 오다가 환경단체의 항의 후 뒤늦게 시정초치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미 저수지로 유입된 황토 빛 흙탕물이 하천을 따라 하류까지 흘러내려 하천 전체를 황토 빛으로 물들이고 하천주변 풀 등에 초미립자황토가 말라붙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지역 주민 A씨는 “농사철이 되면 농업용수로 사용될 저수지 물이 흙탕물로 변해 있고 초미립자 황토가 농작물에 달라붙으면 농작물이 고사할 가능성이 있고 논밭에 가라앉으면 토질이 변형돼 농토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심재수, 최정환, 김태경 거창군의회 의원과 권재경 군의원은 지난 달 21일, 현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무소속 권재경 군의원에 따르면, 해당 저수지는 추후 신원 주민이 마시는 식수원의 역할을 할 예정이지만,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농약이 그대로 저수지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골프장 완공 후 골프장 운영 과정에서 사용이 불가피한 농약으로 인해 안전을 담보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권재경 군의원은 “향후 취수원으로 사용될 저수지인데, 농약이 유입될 위험이 있는 만큼 골프장에서 저수지 하류로 연결되는 용수로를 만들어 먹는 물에 영향이 없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김태경 군의원은 “잔디를 관리하면서 생기는 농약과 비료 등이 섞여 있는 사용수와 폐수는 그 안에서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수지와 붙어 있어 우수 등으로 인한 오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골프장 설계와 조성단계부터 철저를 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거창군관계자는 “저수지로 유입된 황토 빛 흙탕물은 골프장조성공사현장에서 유출된 것이 맞는 것 같다. 침사지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 한꺼번에 밀려던 많은 방류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다”며 “반영구적인 대규모 침사지가 준설되면 추후 무단 방류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다. 시공업체 측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최정환 군의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 관련 SK건설 관계자가 군의원들의 당부에 대해 ‘설계부서와 상의해 반영하겠다’고 답변하면서도 “식수로 쓰기에는 좀 그렇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식수 사용은 부적절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아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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