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향 서권기文字香書卷氣(글의 향기, 책의 기운)를 나누고자 하는 연구공간 파랗게날(대표연구원 이이화李以和)의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지리산․덕유산․가야산 자락 우리 곁의 명승고택을 찾아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교감을 나눈다.


지난 7월 거창 양평동 석조여래입상 앞마당에서 석굴암미학연구소 성낙주 소장을 통해 석굴암에 덧씌워진 식민의 그림자를 살핀 데 이어, 우리 안의 진정한 통일과 통합을 이뤄낸 다음에야 ‘광복’으로 부르고자 하는 연구공간 파랗게날은 ‘해방’ 70년을 맞은 2015년 올해 8․9․10월은 <해방 70년! 우리는 어디 있는가?>란 큰 주제로 시들지 않은 우리 현대사의 과제를 대면코자 한다. 8월은 ‘대화’(<만남 : 빨치산과 토벌대>)로, 9월은 강좌(<분단시대의 역사를 위하여>), 10월은 영화와 그림(<그리고 깊고 넓은 우리 시대 이야기>)로 이어진다.


매년 갖는 ‘대화’ 세 번째 마당으로 오는 8월 29일 낮 2시 벽송사(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259)에서 송송학․임방규, 임명근․김기태 등 해방 전후 지리산을 배경으로 빨치산과 토벌대로 나뉘어 총부리를 겨눴던 양측 인물들을 모시고 <만남 : 빨치산과 토벌대>란 주제로 마흔네 번째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를 만나는데, 지리산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비전향 장기수로 오랜 옥고를 치른 임방규 전 통일광장 대표와 송송학 옹, 지리산 토벌대로 활동하고 함양향교 전교를 지낸 한학자 임명근 전 전교와 김기태 옹 등 이제 구순에 들어서는 현대사의 실제 인물들을 모시고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혜안을 모으고자 한다.


 “저 들에 나가 밭갈이하는 농부에게 물어보라, 자본주의가 무엇이고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과연 제대로 답할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지리산 싸움에서 죽은 수많은 군인과 경찰과 빨치산들에게 너희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냐고 물어보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혹은 공산주의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고 말할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 이 싸움은 어쩔 수 없이 하지만 후에 세월이 가면 다 밝혀질 것이다.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에 끼어 벌어진 부질없는 동족상잔이었다고.” 한, 광복군 출신 토벌대장 차일혁 경무관의 말은, 남한 빨치산의 총수 이현상을 사살하고 뒷수습에 누구도 나서지 않던 장례까지 치러 유골을 섬진강에 뿌려준 일화에 그대로 묻어나, 현대사의 참혹함 속에서도 애써 증오를 건너면 애틋한 인간애에 다다른다는 지침을 일러준다.


이달 강좌가 마련되는 벽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해인사(海印寺)의 말사로 신라말경에 창건된 후 조선 중종 경진년(1520)에 벽송 지엄 대사(碧松 智嚴大師)가 중창, ‘벽송사’라 하였다고 한다. 서산 대사 청허 휴정(淸虛 休靜) 이전에 한국 선맥을 이어온 벽계 정심(碧溪 正心)과 벽송 지엄(碧松 智嚴), 부용 영관뿐만 아니라 환성 지안(喚醒 志安), 서룡 상민(瑞龍 祥玟) 등 조선 선맥을 빛낸 여덟 분의 조사가 이 벽송사에서 수도 정진한 도량으로서 한국 선(禪)과 벽송사의 인연은 각별하다. 숙종 30년(1704) 불에 타 없어졌다가 지안 대사가 중건하였고 철종 원년(1850)에 상민 대사가 중수하였다. 경내에는 보물 제474호인 ‘벽송사 3층 석탑’과 민속자료 제2호인 ‘벽송사 목장승’,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인 벽송당지엄영정(碧松堂智嚴影幀), 경암집책판(鏡巖集冊版) 등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특히 이 사찰은 한국전쟁 전란 시 인민군의 야전병원과 빨치산 루트로 사용되는 등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때 불에 타 소실되었으나, 1960년 원응 구한(元應 久閒) 스님이 가람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벽송사 전경

벽송사를 찾아가는 길은, 대중교통은 백무동행 고속버스가 동서울 또는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5회, 마천행 완행버스가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28회 운행되는데 추성정류장에 내리면 되고, 승용차로는 함양나들목으로 나가 함양읍을 거치거나 지리산나들목으로 나가 산내면을 거쳐 가는 길이 있다.


연구공간 파랗게날의 인문학 강좌는 인문학을 아끼는 누구에게나 열린 시민강좌로 진행하며, 연구회원 또는 후원회원 가입으로 우리 곁의 인문학 연구 및 강좌에 힘을 더할 수 있다. 회원은 강좌, 답사 등 파랗게날의 모든 행사에 함께하며, 매달 인문월간 ≪초록이파리≫와 강좌자료집을 받아 읽게 된다. (Daum 검색창에 ‘파랗게날’, 010-9257-1157 이이화)

저작권자 © 매일경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