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합천군의회(의장 석만진) 정당을 달리하는 의원들 간에 지역 행사에서 국회의원 부인의 의전 문제를 두고 욕설을 섞은 심한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기물을 파손하는 등 추태를 부려 지탄 받고 있다.

합천군의회 군의원들이 지난 4월 2일 오전 군의회에서 정례간담회를 갖고 용주면 소재 합천영상테마파크 모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더불어민주당 A 의원과 자유한국당 B 의원이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합천군에서 군 사업 방향 등을 의회에 설명하기 위해 합천군공무원과 군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합천지역 행사 때마다 지역구 국회의원 부인을 내빈으로 소개하는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A 의원과 자유한국당 B 의원이 논쟁을 벌이며 인격모독성 발언과 함께 기물을 파손하는 사태로 번졌다.

이 자리에 함께 했던 참석자의 증언에 따르면, A 의원은 의전대상이 아닌 일반 개인 신분의 국회의원 부인을 지역 행사에서 내빈으로 소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 합천군에서 군의회에 군 사업 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해서 내빈 대접을 받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B 의원은 국회의원이 행사에 불참하면 부인을 소개하고 군민들에게 인사를 대신할 수 있다. 그것이 일반적인 예의다. 소속 정당을 떠나서 행사 때 소개하는 것은 어디서나 하는 일반적인 의전인데 A 의원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하고 ‘무식하다’는 막말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A, B 의원은 지역 행사 때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의 부인을 소개하는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두 의원을 공무원과 동료의원들이 말렸지만, B 의원으로부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은 A 의원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식당 기물을 파손하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역의 한 주민은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행사진행(내빈소개 등)에 대한 폐습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군수, 군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에게 줄서기에만 급급하고 민심을 외면하는 행동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또 국회의원 부인까지 군민들 앞에 나타나서 대접 받고자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초의회 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 폭행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지나친 선심성 민원해결 등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를 두고 지방의회 무용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활민생밀착형 지방정치에 전념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정당에 소속되어 있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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