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함부로 남의 감정 구걸하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큰 슬픔도 남의 일이라면 그까짓 거 서푼도 아니더라. 벗들아. 자네는 아무리 슬픈 일이 별안간 닥치더라도 그깟 동정일랑 바라지도 마라. 싸구려 감정낭비일 뿐이다.

고작 6일전, 제 자식을 물에 떠내려 보낸 82세 노모는 5시간째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먹고 놀자판을 꼬박 듣고 있을 테다.

그날 눈앞에서 사람이 떠내려갔는데도 태연하게 그 자리에서 술판 벌이던 등산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5년 전 진실을 밝혀 달라며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 옆에서 폭식농성 벌이던 버러지들에게 동정을 바랐던 것도 따지고 보면 사치였다.

차라리 시끄러운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적막하던 황점의 밤을 눈물로 보냈을 며칠에 비하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상가에서 시끌벅적 술을 마시고 투전판을 벌이는 것도 상주를 위로한다는 핑계이지 않던가.

슬픔, 분노, 쾌락 이런 감정들도 삭히는데 짧게는 5초, 길어도 5시간을 넘지 않더라. 그러니 내 슬픔이걸랑 삭혀버리고 남의 슬픔이걸랑 같이 울어주면서 차라리 나를 위로하라.

잔치(?)가 끝나고 찾아올 적막은 또 어이할꼬.

2019. 7. 27. 토요일밤. 어두운 황점을 내려오며

<첨언>북상면 황점마을에서 열린 황점사랑 행사에 참석했던 한사람의 글이 심금을 울려 익명 특별기고문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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