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지난 6년간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던 거창교도소 신축사업으로 인한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분열된 민심을 봉합하기 위해 실시한 주민투표가 끝난 지 벌써 10여 일이 지났다. 이제는 이번 주민투표 기간 동안에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앙금들을 훌훌 털어 내고 지역주민들은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자기가 맡은바 역할을 제대로 할 때다.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 실시를 주도해 온 ‘5자협의체’는 이번 주민투표기간에 있었던 불화와 앙금을 털어 내고 흡사 파탄이라도 날 뻔 했던 주민투표 기간 중에 발생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결자해지해야 하고 5자협의체 합의사항 준수에 노력해야만 한다.

앞으로는 일방적인 행정 추진으로 겪어 온 지난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모두가 소통하고 화합해 나가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16일 주민투표가 마무리된 이후 거창군과 거창군의회, 강석진 국회의원, 거창구치소 거창 내 이전 찬성 운동본부(이하 이전 찬성 측),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성명서 등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냈다.

또한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거창구치소 신축사업과 거창법조타운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아쉽게도 5자협의체 구성원이자 이번주민투표의 한 축을 이루어 군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던 거창구치소 현재장소 추진 운동본부(이하 원안 찬성 측)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이번 주민투표 관련 한 축을 이루었던 이전찬성 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한 입장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주민투표 운동 과정에서 다수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고 갈등해소를 위한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주민투표 결과 나타난 다수의 민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군민들에게 죄송함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원안 찬성 측은 주민투표가 끝난 지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길거리에 현수막만 걸어 놓고 거창군발전과 군민화합을 위한 입장조차 내지 않고 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것 일뿐만 아니라 주민투표 운동을 하면서 약속한 지역민심 화합을 위한 자신들의 계획을 밝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원안 찬성 측의 현재 태도를 미루어 볼 때 6년 전 고작 10%에도 못 미치는 학보모와 주민들이 학교앞교도소 반대를 외치자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이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공사가 중단되었던 과거를 벌써 망각하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64% 민심(?)에 도취되어 오만과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어차피 거창군에 신축될 거창구치소 공사 재개는 전체 거창군정에 있어서 일개 사업에 불과하다. 더 큰 도약과 군민행복시대를 열어가고자 지속되어야 할 거창군정의 원동력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를 하루라도 빨리 깨우쳐야 한다. 민심이 64%와 35%로 두동강 난 상태가 유지되고서는 거창군 발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거창군의 미래 발전과 6만 군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두동강 난 민심이 하나로 봉합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들을 해소하는데 ‘5자협의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소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존중하는 포용과 배려가 전제된 협치의 모습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거창구치소 신축사업이 현재 장소 추진을 찬성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거창군과 협의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군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 군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들이 부지기수인 만큼 민심 화합이 급선무이다.

주민투표 결과에 도취되어 승리의 축배를 들기에는 시기상조임을 충고한다. 이제는 정말 소통하고 화합할 때다. 소통의 전제는 대화에 있고 화합을 위해서는 존중이 우선되어야 한다.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존중은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일방적이고 독불장군식의 추진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난관의 벽을 쌓는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기득권을 가졌다고 자만하는 소위 지역 토호세력의 진부함과 전근대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있는 생태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부화뇌동해서 승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만심으로 오만해지면 민심은 등을 돌리게 된다. 이번 주민투표에서 현재장소 추진을 반대한 주민들이 9820명으로 비록 적은 수로 여겨질 수는 있겠지만 결코 가볍게 보고 외면할 수 없는 민심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민투표 운동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한다면 먼저 손을 내밀기를 주문한다. 사상과 철학, 이념과 사고가 다양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두 손을 맞잡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저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주장을 청취하면서 신뢰를 쌓고 배려와 포용의 자세로 지혜를 모아 나가는데 먼저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경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