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29일 오후 거창군 소재 대한산양산삼유통공사 2층 교육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은 장기 개혁 플랫폼 확보와 비위 판·검사 탄핵, 법원·검찰의 가부장적인 폐습을 타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거창YMCA·언론소비자주권행동 서부경남지부·언론소비자주권행동 합천지부가 공동 주최·주관한 특강 강사로 초대되어 “30년간 미뤄온 사법개혁”·‘우리는 왜 법원, 검찰을 알아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전 판사는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정치군인들의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해 확립된 법원·검찰의 ‘제왕적’구조를 개선하고 87년 개헌 지난 30여 년간 미뤄온 법원·검찰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사는 재판을 하고 검사는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하는데 만 집중하고 조직운영은 행정공무원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대검찰청에 파견한 판·검사들 일선 현장 복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법원과 검찰 내부에는 구성원들 간 가족과 식구라는 공사 구분이 혼미한 프레임을 만들어 일제의 잔재라는 비난으로 이미 2003년에 폐지된 ‘검사동일체 원칙’과 유사한 가부장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인 구조가 개선해야 하고 조직 논리를 없애고 개개인이 사고하도록 하는 것이 사법 개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치권과 사회전반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법원·검찰 개혁은 이미 1999년부터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추진과 실패를 반복해 온 현안”이라면서 “현재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입법되어 법원의 사법농단 재발 방지와 수사·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거창을 방문해 특별 강연을 한 이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리게 된 도화선이 된 사직서 제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이 전 판사의 당시 상황 설명 내용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이 난 후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비상이 걸린 법원행정처와 끈질긴 설전 끝에 법원행정처는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그를 원래 근무지인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인사가 언론보도(경향신문)로 알려졌고, 법원에는 ‘판사 뒷조사 파일’ 존재 소문이 퍼진다. 결국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알리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 전 판사는 “2008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니, 11년 만에 법복을 벗게 된 것”이라면서 “동료 법관들과 지인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고 법관으로서의 출세가도가 열린 것을 제 발로 걷어차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만류했지만 그러나 내 양심에 반하는 일을 내 자신이 용납할 수 없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1978년생이며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 학사, 하버드 로스쿨 석사 과정을 거쳐 제4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34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광주지방법원 판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 2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소수자와 약자들의 공익소송을 하는 비영리재단으로 수임료를 받지 않고 후원으로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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