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지만 세월호의 참사는 더 극명하게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비명에 저세상의 혼이 된 한명 한명의 생명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바다였다. 참변당한 모든 승객의 생명이 안타깝지만 피지도 못한 단원고등학교 수학여행 학생들의 청순한 얼굴들과 교사들의 영정 앞에 비통한 오열만 끓어오른다. 이 얼마나 애통한 국가적인 침통이냐. 하늘나라로 고이 가신 그들의 넋을 떠나보내고 또 다시 일상은 예전과 같이 스승의 날을 맞이한다.

군사부일체라고 할 정도로 스승은 임금과 부모와 똑같은 동격을 갖춘 범접할 수 없는 존경의 인물이다. 교육의 표상이 스승이고 스승의 벗이 배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제자들이다. 그리하여 스승은 제자의 앞길과 운명을 좌우하는 세상의 인간지도자로서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절대정신표본에 해당한다. 미래의 희망을 전개하는 제자를 가르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스승은 숭고하고 지고한 세상의 빛과 소금인 것이다.

빛과 소금은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이 산상에서 설교한 내용 중의 말씀이다. 스승이 갖춰야 할 덕목중의 덕목이다. 요약하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등불은 켜서 함지속이 아니라 등경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사람을 어리석게 하지 않고 무지하지 않게 가르치는 본연의 역할이 스승임에 틀림없다.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생존현상은 제도나 관습의 환경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교육제도는 교육의 성과를 이룩하는 바로메타이다. 교육의 성과는 다양한 시각에 따라 평가되는 복잡성을 무시할 수 없는 정신적 산물이지만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성과는 참인간을 길러내는데 그 목표가 있을 것이다. 참인간의 됨됨이를 살펴보면 겸손하고 이기적이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약자를 도우고 정의감이 넘치는 인성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교육풍토는 계량화된 교육제도에 함몰되어 가슴인간을 기르기보다는 머리인간을 생산해내는 기형적인 교육시스템에 길들어져 있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다. 교육이 부패하면 곧 바로 사회가 썩고 방부제를 아무리 퍼 부어도 나라가 부패하게 되어 있다. 감추어질 수 없는 도미노현상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인간사회는 인간의 행위가 절대적인 가치기준으로 작용한다. 양질의 인간이 살면 좋은 사회가 되고 불량한 인간이 살면 나쁜 사회가 되는 원리이다.

인간만큼 복잡 미묘한 동물은 없다. 그것은 일반 동물의 일차원적 단순성보다 고차원적 복합성의 사고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교육의 묘미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고 각양각색의 개성과 천차만별의 성격을 가진 인간을 공동선으로 향하는 진선미 인간을 기르고 길러내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신비하고 경이로운 일이겠는가? 교육자는 교육의 주체이다. 피교육자는 교육자가 빚어낸 예술작품이다.

교육풍토, 교육환경이 개선되어야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자는 스스로의 교육철학과 교육메소드를 확립해서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대한 괴물 같은 악습의 교육환경과 제도를 과감히 탈피하고 교육자의 개체적 교육자질로서 비인간, 불의, 이기심, 탐욕, 교만을 제거시켜주는 우리의 참스승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인간이 되어야 올바른 인생을 살 수 있다. 천금을 얻고 만천하를 지배하는 부와 명예를 가졌다하더라도 인간이 안 되면 사회에 악의 부스러기만 남기고 사라지는 흙먼지에 불과 할 것이다. 참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인간을 만드는 참스승 하나가 세계를 움직인다. 요즘같이 세속화된 교육의 정신적 빈곤을 타파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스승인 교육자의 부릅뜬 눈에 달려있다. 살아 숨 쉬는 스승의 교육향기가 사회를 쇄신하고 변화하는 샘물이다. 그리고 스승은 인간시대의 마지막 보루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마라.” 푸시킨의 말처럼 “교육풍토가 아무리 어지럽다하더라도 스승의 길을 버리지 마라. 스승은 최고의 선이자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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