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코로나19의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는 확진자의 숨김과 기억의 한계다. 어제의 기억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일주일, 이주일 전의 기억을 강요한다는 것은 조사자의 입장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점, 몇 명만 접촉해 봐도 안다.

반면, 분명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감추는 건 현장에서 늘 애를 태우는 문제다. 그들도 두려운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다수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죄의식. 이것이 자신의 행선지를 밝히지 못하고 애써 눈을 감고 피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거창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숫자 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감염원이 단순하고 특정장소에 집중되었다. 침례교회와 웅양에 당국의 역량이 집중 될 수 있었고 전수조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지나가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창 1번 확진자의 입원일은 26일로 12일이 지났으니 완치일이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확산 차단을 위해 당국의 고삐가 느슨해져서도 안되지만, 완치자들의 일상복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 문제는 당국자들의 노력만으로 어렵다.

입원 진료중인 분들이 완치에 대한 걱정보다 일상생활 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게 접촉한 조사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그들은 우리를 위해 격리된 사람들이 아닌가. 입원 치료 중인 분들에게 '보고 싶다', ‘쾌유를 빈다’는 응원 문자를 보내는 건 어떨까.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군민이 나서기도 어렵다. 지인들과 이웃이 먼저 손을 내미는 건 어떨까. 동네의 사소한 일상을 전한다면 힘이 되지 않겠는가.

위기와 어려움은 사람과 장소를 불문하고 오는 우연이지, 특정지역과 사람을 가려서 오는 필연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데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귀가를 꺼린다면, 다른 위기에서 우리는 서로 내어 줄 어깨가 남아 있겠는가.

긍정을 전염시키는 피그말리온의 희망기부가 필요한 때가 왔다. 돈이 없어도 가능한 희망기부 '쓰담쓰담'을 제안한다. 늦기 전에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자.

웅양면이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다른 지역에서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활동도 잦아지는 계절이다.

지금까지 확산 차단을 위해 동참해 온 종교단체도 고맙지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시민을 품어야 한다.

지역 언론의 대승적 참여도 돋보였다. 취재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엠바고’ 등을 지키며 당국과의 상호 신뢰를 쌓아가면서 지역 안정에 한 몫을 했다.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확산되는 국면에서 방역당국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면서 가짜뉴스의 예봉을 꺾어 버린 건 언론의 역할 때문이었다.

서로에게 박수와 격려를... 대신 고생한 입원 확진자들에게는 쾌유를 비는 응원을... 대응은 빠르게 경계를 늦추는 속도는 느리게... 한 해 농사를 준비하듯 지긋하고 꾸준함을 제안해 본다.

거창군 ‘코로나19’비상대책본부 상황실 근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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