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군의회 김향란 군의원이 4·15 총선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 11일, 장애인 두 명을 강압적으로 잡아두고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장애인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장애인 단체 측은 사전투표를 하고 나온 장애인에게 김향란 군의원이 ‘몇 번을 찍었느냐’며 추궁했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비밀 보장)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김향란 군의원은 “투표를 하고 나온 장애인들이 먼저 몇 번을 찍었다고 말했고 그 중 제자였던 장애인에게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또한 강압적으로 잡아둔 것이 아니다”면서 장애인 단체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제보자와 당사자 등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이튿날인 지난 11일, 한국농어촌공사 거창·함양 지사 인근 사거리에서 김향란 군의원이 사전투표를 하고 나온 20대인 장애인 두 명을 불러 세웠다. 이들은 지적장애인들로, 그 중 한명은 김향란 군의원이 특수반 교사로 재직할 당시 가르치던 제자다.

장애인 측, ‘김 군의원이 강압적으로 붙잡아’

제보자는 김향란 군의원은 장애인들을 가지 못하도록 강압적으로 붙잡아두고 ‘누굴 찍었느냐?’, ‘왜 찍었느냐?’라며 추궁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해당 장애인을 둘러싸고 당시 상황을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장애인들을 담당하는 교사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이어졌다. 장애인 단체 측은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담당 교사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김향란 군의원이 ‘(몇 번을 찍으라는) 교육을 시켰다는(증언이 담긴) 영상을 찍어놨다’라고 주장했다.”라며 “‘그런 일 없다’라고 답변했고, 장애인들이 무서워해 데려가려고 했는데도 김 군의원이 끝내 못 데려가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솔을 담당했던 교사들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사)느티나무거창군장애인부모회 회장의 강력한 항의로 실랑이를 벌이며 소란이 일자 결국 학생들은 교사에게 인계됐다고 전했다.

장애인 단체 측은 “현장에 있던 선관위 관계자도 우리에게 ‘학생들을 데려가라’고 했는데, 김향란 군의원이 ‘저들이 교육을 시켰으니까 데려가면 또 교육을 시킬 것 아니냐?’라며 못 가게 했다”라며 “사건 이후 학생들이 교사에게 SNS 등을 통해 ‘무서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장애인 인권침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향란, ‘제자였던 학생...끌고 간 적 없어’

이 같은 주장에 김향란 군의원은 “장애인 단체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이라며 “오히려 그 사람들(장애인 측)이 폭언 등을 하면서 선거운동을 방해 했다”고 반박했다.

김향란 군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장애인 두 명이 걸어오면서 ‘나는 2번 찍었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한 걸 듣고 이상하다 싶어 눈 여겨 보고 있는데 그 중 한명이 아는 사람이어서 물어 봤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군의원은 “오전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장애인 20여 명이 집단으로 차에서 내려 투표장으로 가는 것을 목격한 바가 있고 그 들 중 투표를 하고 나온 뒤에 그렇게 말(2번 찍었다)을 하니 ‘누가 했니?(시켰니?)’라고 물어본 것”이라며 “그때 마침 지나가던 기자들이 취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을 못 가게 붙잡고 그랬다는데?’라는 질문에 대해 김 부의장은 “내 제자인데 내가 왜 붙잡고 끌고 가나?”라면서 장애인 단체 측 주장에 선을 그었다.

이 모 씨 ‘갑자기 따라와 안 놔줘’

하지만, 당사자인 이 모 씨의 증언은 달랐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씨는 “가고 있는데 갑자기 따라와서 놀랬다. (누가 따라왔나?) 김향란 선생님이. (와서 어떻게 했나?) 잡아서 안 놔줬다. (뭐라고 했나?) 계속 묻고 그랬다. (뭐라고 물어봤나?) 몇 번 뽑았는지..”라고 증언했다.

또, ‘대답을 안 해도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자꾸(물어보고).. 허락도 없이 동영상도 찍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 있었던 다른 장애인인 백 모 씨는 “이OO이 안 가려고 하는데 막 끌려갔다. 계속 잡았다”라며 “김향란 선생님이랑 같이 온 아저씨가 우리 얼굴, 말하는 거(찍었다). 안 찍는다고 했는데 계속 찍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동영상을 찍었던 남성은 이후에도 이들을 쫒아와 영상을 찍으려 시도했다. 백 모 씨는 “서부 약국 쪽에서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를 찾는 것 같았고, 마주쳤다. 또 동영상을 찍었다. 이OO이 말하는 거”라고 말했다. 또, 이 씨는 “동영상 안 찍는다고 했는데 계속 찍었다. (김향란 선생님 있을 때 있던 아저씨였나?) 맞다. 빨간 티셔츠 입고. 기분이 나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부모회, 자조모임의 일환..특정 후보 찍으라고 교육한 적 없어

특히, (사)느티나무 장애인부모회 측은 김향란 군의원이 주장한 ‘교육’과 관련해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라고 항변했다.

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우리 센터에서는 수년 전부터 토요일마다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해 요리, 등산 등 취미 활동 자조모임을 진행하는데, 사전투표 기간이라 투표를 하러 갔었던 것 뿐”이라며 “투표하러 가기 전에 담당 선생님이 선거 홍보물을 놓고 모든 후보자에 대한 설명과 정당 선거에 대한 설명만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담당 선생님의 남편은 공무원으로, 선거 중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이 모 씨도 ‘선생님이 누구를 찍으라고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사실이라면 장애인 인권 유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거창 내 한 장애인 시설의 관계자는 “먼저 장애인은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시키면 그 지시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시각이 불편하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분명히 당사자는 (대답이나 영상 촬영에 대해)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했을 것이고 그 이야기를 존중해야 하는데 그걸 의심해 캐물으면 두렵거나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촬영까지 해가면서 질문을 했다면, 장애인의 인권을 해치는 행위이며 형사 고발까지 해야 할 문제”라면서 “성인이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이자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붙잡고 있는 것은 신체 구속이 될 수 있다. 그러함을 아는 상황에서 이런 행위를 저지런 것은 굉장히 나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선거법 위반 의혹도..경찰도 ‘알고 있다’

특히, 투표를 하고 나온 유권자가 누구를 찍었는지 묻는 행위는 ‘비밀투표’가 원칙인 선거에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67조(투표의 비밀보장) 2항에는 ‘누구든지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인이 투표한 후보자의 성명이나 정당명을 질문하거나 진술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제241조(투표의 비밀 침해죄)에 다르면,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과 선관위도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신체의 자유 박탈’, ‘공직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추가 제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창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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