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지난 6.4지방선거에 군수후보로 나섰던 모 후보에 의해서 거창교도소 유치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교도소를 법조타운으로 둔갑시켜 군민을 기만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시 선거 최대 쟁점으로 이슈화가 되었고 선거운동 내내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고 선거가 끝난 10여개월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서에 있는 유치장을 대신하는 대형유치장이 아님은 물론 법조타운을 형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유치 할 수 밖에 없는 구치소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감옥소(교도소)가 학교주변 도심지역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된 엄마들이 자식들의 안전한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위태로움을 우려하면서 “교육도시 거창에 교도소가 웬 말이냐”면서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의 ‘범대위’가 결성되는 단초였던 것이다.

‘핑크맘’이란 이름으로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 엄마들의 저항을 지켜보던 아빠들이 엄마들이 할 수 없는 힘든 일들을 도와주기 위해 지원부대 성격을 띤 ‘아빠부대’가 만들어지면서 제대로 된 모습으로 자리잡기 시작 했다.

그럼으로 해서 성산마을에 들어서고자하는 것이 지역경제를 1,000억원대 이상 상승효과를 창출하고 지역 인구가 급증함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기타 국가시설 추가 유치뿐만 아니라 수십년간 해소하지 못했던 한센마을 축사에서 풍기는 악취를 해소 할 수 있는 등 일석이조의 장점만 있는 국가시설인 법조타운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경제 발전을 중단시키고 오랜 기간동안 거창인들의 자부심으로 간직되어 온 교육도시, 청정환경 관광도시 거창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교도소 도시 산간오지 거창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63,000여 군민들이 인식하기 시작 했다.

당시 핑크맘과 아빠부대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인식한 거창군민은 채 20%정도에 불과했는데 거창 유치가 불가피한 국가시설이라면 학교앞 도심주거밀집 지역만이라도 피해달라면서 조직된 ‘학교앞교도소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군민 70%이상이 현 위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범대위가 수많은 정보공개요청을 통해서 양파껍질 벗겨지듯 한겹씩 드러나기 시작한 교도소유치 과정에서의 부적절함과 부당함들이 밝혀지면서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과 공무원들에 대한 군민들의 분노 표출로 확산 되었다.

핑크맘과 아빠부대가 주축을 이룬 ‘범대위’가 국회와 법무부를 방문해서 비싼 땅값으로 예산이 필요 이상으로 낭비되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생활권과 학습권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범대위’의 존재감이 거창지역 군민들과 출향민 그리고 언론계, 정치권 등에 두루 알려지자 범대위에 뒤늦게 합류했거나 행동이 필요 할때는 뒤로 숨기만 했던 세력들이 논공행상을 운운하고 영리추구를 위한 집단에서나 있을법한 지분을 주장하면서 범대위가 한번의 위기를 겪었다.

그럴 때 자칫 자신들의 공을 인정받고자 하면 학교앞교도소만 막아내고자 했던 애초 순수함과 열정만으로 희생을 감내해온 수많은 엄마,아빠 자신들의 염원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서운함을 가슴에 안은 채 자리를 비껴 앉은 덕분에 다행히 가까스로 수습의 과정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런 후 두달여가 지난 지금 범대위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없다. 열화같이 불타오르던 군민들의 지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식어만갔고 밤낮을 가리지않고 수많은 군민들로 북적거리던 천막안은 적막강산으로 바뀌었고 걱정과 궁금함으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학교앞교도소반대 지지자들의 발걸음조차 돌려놓은 상황으로 ‘범’자가 부끄러울 지경을 또다시 맞고 있다.

학교앞교도소건립, 무상급식중단과 같은 국책사업과 정치인의 갑질에 의한 사안에 대한 부당함을 바로잡고 개선하는 일은 특정소수에 의해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대중의 조직된 힘과 행동하는 양심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며 희생과 헌신의 순수함을 잃으면 정당성을 가질 수도 없고 초심과 괴리된 주장으로 일관하면 군민들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중인 이홍기군수가 군수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추진중인 교도소 건립이 자동으로 무산될 것으로 여기고 모든 조직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할 대목이 바로 이러함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범대위 집행부도 알고 있다. 이홍기군수가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은 이미 벗어났고 다만 지역 국회의원의 의지에 따라 재검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홍기군수 재판에 조직의 동력을 소진하기보다 국회나 법무부 등 주체 앞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오히려 선거법위반 혐의로 곤경에 처해있는 이홍기군수를 구명해서 학교앞교도소 이전에 거창군의 행정력과 군수의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군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발상일 것이다.

이홍기 군수는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 절반 이상이 선택한 거창군수인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지 않는가. 절반보다 훨씬 많은 군민의 지지를 얻어야 가능한 국책사업 변경을 위한 저항운동 주체인 범대위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부정한다면 범대위는 군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더 이상 군민과 행정이 갈등하는 모습은 중단되어야하고 생각이 다른 군민간의 반목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며 오늘만 살고 일 년만 거창사람이고 십 년만 내 고향 거창이길 바라면서 부정과 비판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포용과 이해, 사랑과 양보 그리고 존중과 인정으로의 변화가 절실한 때일 것이다.

이홍기 군수의 심적인 고통을 가족의 입장에서 헤아리고 행정의 불가피함을 내 가정을 바라보는 눈높이를 가져보는 것이 범대위가 변해야 할 시급한 숙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도저히 열기 불가능한 문이라면 애써고집하기보다 비상구를 찾아나서는 것이 오히려 돌파구를 찾는 현명함이란 것을 긍정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10여개월을 양분의 민심과 분열의 여론, 갈등의 지역정서를 조성해서 거창군민 모두를 피곤에 지치게한 책임에서 범대위 또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고 극한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하는 것 또한 범대위의 막중한 책무이다.

이런 모든 예상되는 일들에 대한 원만한 대처를 위해서 이제 범대위는 헌신적이고 합리적이며 사리사욕없는 엄마, 아빠들이 천막으로 돌아와서 누군가에 의해 갈기갈기 찢긴 범대위 깃발을 새로이 해서 무상급식중단으로 밥그릇을 빼앗긴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심정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지혜로움으로 희망찬 미래를 보장하는 살기좋은 거창을 만드는 밀알이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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