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혼이라도 모셔오자는 내용을 다룬 영화 ‘귀향(鬼鄕)’이 14년간의 준비기간과 제작 후 8개월의 노력 끝에 전국의 7만 5천명 후원자와 소액기부, 재능기부자들의 도움으로 24일 개봉한다.

개봉을 준비하던 중 일본과의 국가 간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는 미묘한 시점에서 영화가 개봉되어 국민적 관심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그러나 귀향은 일본의 만행과 정치적 부분에 비중을 줄이고 제목에서처럼 혼백이나마 고향으로 데려와 달래자는 진혼곡에 가깝다.

귀향은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 감독이 14년간이라는 끈질긴 노력과 집념 끝에 내놓은 혼과 같은 작품이다. 구상에서 각본, 연출, 제작과 후원자 모집까지 14년간의 기간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끌려가던 소녀시절의 나이와 같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조 감독은 다중 채무자가 되었다. 수많은 후원자와 재능기부자들, 그리고 당사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정신적 빚을 지고 만들어 졌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빚을 받을 생각이 없다. 영화의 성공을 관객으로 본다면 많은 관람객이 찾아 공감과 위로를 통해 빚을 갚고 싶다고 한다.

자치단체와 학계에서 단체상영과 관람장소 제공 소식도 들린다. 대형자금이 쏠리는 블록버스터나 상업 영화와 달리 소액의 대중후원과 기부로 만든 귀향은 제작도 더뎠고 개봉도 늦어졌다. 최근 서울시는 관람 장소를 지원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영화의 촬영지인 경남 거창군은 장소협찬과 후원을 통해 영화의 완성에 참여했다. 주인공 최리(무녀 은경역)와 정무지(일본군역)씨의 고향이라는 인연으로 시작되어 아름다운 경관에 반한 감독이 촬영지로 거창군을 선택했다.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 점에서 학생들의 학습과 단체관람을 통해 거창군에서는 붐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를 포함해서 비교적 적은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손익분기점은 6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 계약 직전까지 갔던 중국쪽 투자가 무산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공동의 아픔이 있고 최근 한·중·일 국제관계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대외관계와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이라는 시점에서 개봉되는 귀향은 민간차원의 중요한 문화적 증거다. 중국과 동남아로도 수출되고 공감대를 넓힌다면 꼬여가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문화적 기여도 기대된다.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귀향’은 14년 만에 국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게 되는 것이다.다. 조 감독은 "주위에서 14년의 세월이 고통스러웠냐고 많이들 묻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할머니들은 70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지내고 계신다"고 했다.

한편 시사회가 거창에서도 개최된 적 있는 ‘귀향’을 관람한 거창군민들은 "우리는 이만큼 편안한 심정으로 이런 영화도 볼 수 있지만 그 할머니들은 얼마나 한을 품고 갔는지 모른다"며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거창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귀향’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희망의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서라도 SNS 등을 통해서 널리 홍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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