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의 자연문화유산인 ‘낭수대’의 수백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무참히 잘리고 뽑혀나가 기억속의 소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거창군으로부터 합법적인 허가를 받은 산주(山主) 이 모씨는 “소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조상 묘소에 햇빛이 들지 않아 감벌 허가를 받아 대충 솎아내려고 했다”고 말하고 소나무 10주에 대한 허가를 받아 감벌 작업을 하려다가 마을 주민들의 반발에 의해 6주를 반출하고 소나무 1~2주와 잡목을 벌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소나무의 수령이 모두 최소 100년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구례마을 주민들은 지난 21일 밤 긴급 마을회의를 소집해서 마을 주민들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오랜 역사와 유원지로 널리 소문난 ‘낭수대’ 소나무 숲을 훼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거창군에 강력한 항의를 했다.

이에 거창군 관계공무원은 ‘낭수대’ 소나무 숲이 개인 소유로 되어 있고 소유주가 허가신청을 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허가해줄 수밖에 없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면서 수백년 묵은 소나무 숲을 훼손하는데 항의하는 마을 주민들을 오히려 설득하는 태도를 보여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구례마을 박문규 개발위원장은 “22일 ‘낭수대’ 소나무 감벌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 마을회의를 열어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오랜 전통을 가진 소나무 숲이 아무리 개인 소유라 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서 “‘낭수대’가 유원지라면서 몇 년 전 팔각정 정각까지 만든 거창군이 이제 와서 그 소나무 숲을 사라지도록 허가를 내주는 어깃장 행정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일관성 없는 거창군 행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우리지역 대표 문인인 표성흠 선생은 “자연과 거창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힘을 기대해본다”는 뜻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 수백년 묵은 소나무 숲이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낭수대’가 있는 구례마을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큰 고인돌이 있다. 그 곳을 ‘낭수대’라 일컬었는데, 원래 이름은 낭석대(浪石臺)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낭수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곳은 솔숲이 울창하게 우거져서 예전에는 월천초등학교와 거창읍 학교에서도 소풍을 자주 왔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십년 전만 해도 인근 마을에서는 낭수대에서 동네잔치를 열기도 했고 1950년대에는 주막이 생길정도였고 물레방앗간(1960년대에 왕성했고, 1970년대에 사라졌다)이 있어 마을 주민들이 모여드는 등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 곳으로서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낭수대’ 고인돌 옆에 동인정(同人亭)이라는 정각도 있다. 이 역시 거창군이 옛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숲을 이루는 이곳을 보존하기 위한 취지로 복원한 팔각정이 무색한 어깃장 행정으로 이제는 조성하기 불가능한 소나무 숲을 사라지는데 일조를 하고 수백년 묵은 귀한 소나무를 외부로 반출되도록 허가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

특히 당초 ‘낭수대’ 소나무 숲 훼손에 반발했던 구례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여파가 거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그 파장에 대한 지역 민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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