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5선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갑질의 시대 끝내고 국민이 강한 수평의 시대 만들어야한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백번 천번 옳은 말이다. 정 의원은 “갑질의 시대에 분노하는 국민은 정당하다. 이는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상위 1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 90%의 국민은 나머지 절반을 놓고 눈물겨운 생존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수직적 ‘갑을(甲乙)구조’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소수 특권층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지적하고 잘못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천박한 이기심으로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잘못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바뀌어야한다.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정치권이 먼저 해방 70년을 넘김 지금까지도 ‘보스정치’, ‘계파정치’를 답습하면서 패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여파로 정치권에는 조직폭력배들만이 갖출 수 있는 계보가 만들어져 줄 세우기를 한다. 정권을 잡은 살아있는 권력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여야로 갈라서고 여야 속에서도 보스와 계파의 우두머리를 정점으로 삼아 친(親)비(非)로 구분 짓고 친 그룹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그 줄기가 중앙정치권에서부터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까지 물줄기를 형성하고 일반 국민들까지 미미한 권력을 손에 쥐는 마중물로 삼고자 뇌화부동하면서 줄을 서고 있다.

이런 줄서기를 통해 선거에서 당선되면 일반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수만 가지의 특권을 거머쥐는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위치를 보장받는 권력자 주변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겹가지 권력층과 낙엽 권력층이 등고선처럼 형성된다. 그렇게 형성된 겹가지 권력과 낙엽 권력은 선거 과정에서 낙선한 상대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비열한 갑질을 하고 국가기관 공무원들에게는 천박힌 갑질을 하려고 한다.

거창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13 총선과 군수 재선거를 치룬 지금 거창의 현실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기 2년 남짓 남겨놓은 상태에서 실시된 군수 재선거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재선의 현역의원과 당내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된지 채 두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명심과 기여도를 앞세운 알력다툼 조짐이 벌어지고 있는 듯 비춰지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그 여파가 거창군의회에까지 영향을 미쳐 공천권 갑질 의혹이 겹가지 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난항을 겪고 있는 거창군의회 후반기 원구성에도 공천권을 무기 삼아 갑질을 한다는 의혹이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행정기관 출입이 전혀 없던 겹가지 권력들의 거창군 사업부서 출입이 잦고 두문불출하던 낙엽권력들까지 골목골목을 휘젓고 다니면서 흙먼지 가득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재선의 현역의원과 당내경선에서 승리해서 집권여당 친 권력 핵심의 측근으로 분류되어 당선된 국회의원이 그것을 권력이라 여기지 않고 지역발전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중한 힘이라 생각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중앙정부의 행정적 지원을 약속받는 등 광폭행보를 벌이고 있어 이는 분명 박수 받아야 마땅한 일인데 정작 지역 주민들의 걱정만 커져 간다.

국회의원 당사자는 나름대로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상당부분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바로 겹가지 권력과 낙엽권력의 경거망동에 의한 천박한 갑질과 비겁한 갑질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정부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중앙정치권과의 두터운 인맥 등을 두루 갖춘 유능한 지역 국회의원의 눈부신 의정활동을 가로막는 세력이 선거에서 경쟁했던 상대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아니라 애초부터 공명심이 강하고 보은(報恩)에 대한 기대심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도왔던 다수의 측근과 지지자들이라는 사실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그들 일체의 언행에 대해 자중과 겸손을 스스로가 실천할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야 한다.

조직을 지배하고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를 보필하고 주민들의 신망을 받고 존경받는 인물로 역사속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측근과 지지자들은 그들과의 가까움을 권력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권력이라 여길 수 있는 곳에 가까이 있을수록 언행은 신중해야하며 설사 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해도 최대한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하며 인내해야 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사리사욕을 탐해서는 안된다. 또한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 때문에 중심을 잃어서도 안된다. 거창군민이 그렇게 어수룩하거나 우매하지 않다. 거창 지역 지배구조의 지각변동 현실을 주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사회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겹가지 권력들의 천박한 갑질에 주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에 대한 야심이 있는 지역 정치꾼들의 행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지역정가에서 비난과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둘러싼 겹가지 권력들에 대한 귀를 열고 단호한 결단으로 지역을 병들게 하고 주민들을 불행하게 할 여지가 있는 싹을 애초에 잘라내야 한다.

아울러 왜 지역정가의 민심이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새롭게 형성되어 만연하고 있는 수많은 갑질 때문이다. 겹가지 권력 갑질, 인사 갑질, 업무 갑질, 학연지연 갑질, 언론 갑질, 돈 갑질, 상도덕을 어지럽히는 갑질 등으로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계층이동 사다리가 무너졌고 국민들은 소수의 갑과 다수의 을로 나뉘어 있다.

이렇듯 갑과 을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세워졌고 또 다른 신분사회가 형성되어서 소위 ‘우리나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행한 나라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거창 지역만은 만인이 권력앞에 평등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거창으로 거듭나서 귀농귀촌 1번지 도시, 갑과 을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 평등의 미래도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으뜸도시 건설을 위해 갑과 을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새롭게 형성된 정치권력의 지배구조를 디딤돌로 삼아 겹가지 권력의 천박하고 비겁한 갑질이 지속된다면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지역 정치인과 측근들의 오만한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지역의 희망이 무너지고 주민들은 절망에 빠질 것이다.

권력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한켠으로 물러서서 주민들의 의로운 요구를 자양분으로 삼고 창조적 자기파괴의 길로 나서서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수직적 ‘갑을 구조’를 붕괴시켜 이제 천박한 갑질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경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