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기자

신중하게 처세하는 사람은 ‘오얏나무 아래와 참외 밭에서는 갓끈과 신발끈을 고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거창지역에는 두 명만 모여도 오얏나무와 참외밭이 오르내린다. 군의장 선거와 관련, A여성의원이 동료 남성 B의원으로부터 금권 회유와 성적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궁금한 게 참 많다. A의원은 사건 당일 사전약속 시간에 쫓기면서 왜 합천까지 B의원을 따라갔는지, B의원은 또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 그곳까지 가서 대화를 할려고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두 의원의 행동에 오얏나무와 참외밭을 비교해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또 이제와서 서로 으르렁 거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빈 말이 될 수 없는 게 바로 ‘타이밍’(timing)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격언이 우리 모두에게 공감을 사듯, 세상만사가 타이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의장 자리를 놓고 두 의원의 셈법은 각자 달라도 나름 추구하는 욕심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군민들의 중론이다. 이 중론의 끝자락엔 서로가 욕심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내용도 포함된다.

A의원과 B의원이 호텔카페에서 함께 있었던 그 자리에는 술이 있었고, 권력의 탐욕이 부른 돈 이야기가 언급됐다. 그리고 호텔방이라는 단어가 누구의 입에서 나왔든 간에 오얏나무를 꿰 놓고 맞춰보면 추악함에 두 의원의 비이성적인 스케줄과 언행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와서 서로 자신의 인성만을 믿어달라고 읍소하는 건 너무도 염체 없는 행동이다.

군민들의 비난에는 두 사람 모두 예외가 될 수 없다. 잔뜩 화가 난 A의원도,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이 많아 억울하다는 B의원도 서로의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의원들의 행태에 거창군의회마저 명예가 실추됐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두 의원의 막장 드라마를 지켜봐야 할 군민들의 한 숨 소리가 깊어져만 가고 있어 안타깝다.

경남일보 이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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