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군 기획감사실 최영미 주무관

거창이 또다시 시끌시끌하다. 3년에 걸쳐 거창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고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인 거창구치소 문제다. 성산마을의 악취를 해결한다는 명목아래 법조타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거창구치소를 유치한 전임군수는 물러났고, 구치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 건 양동인 군수가 새롭게 당선되면서 그동안 깊어질 대로 깊어졌던 갈등의 골이 서서히 얕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내년도 거창구치소 신설 예산안을 국회 예결위에서 통과 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다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지난 8일 양동인 군수는 법무부를 방문하여 법무부시설담당관 등 관계 공무원들과 만나 거창구치소 외곽 이전을 건의하였다고 한다. 이에 법무부에서는 “민원이 없고, 학교 인근과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대체부지를 올해 12월 31일까지 거창군에서 제안할 경우, 거창구치소 신설 위치를 대체부지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거창군과 학교앞교도소반대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017년도 거창구치소 신설예산 저지를 위한 대 국회 활동을 자제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그 간 수차례의 방문과 전화에도 원안을 고수하던 법무부가 이와 같이 입장을 바꾸고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은 양군수의 표현대로 눈부신 진전이며 괄목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9일 범대위는 지역구 국회의원 거창사무소를 방문하여 ‘교도소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지역사무소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에서는 구치소를 어디에 짓든 예산은 필요한 것이라며 예산 통과를 주장하고 있고, 이에 맞서 범대위는 학교앞 교도소를 짓기 위한 법무부의 얄팍한 술수라며 내년도 35억 예산 저지에 필사적이다.

반면, 예결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지역구 강석진 국회의원은 “내년도 35억 예산은 통과를 시키되 그 대신 ‘예산집행을 거창군과 합의하에 할 것’을 부대의견을 달겠다.”라는 입장이며 오는 12월 말까지 거창구치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양동인 군수 역시 “대체부지 선정위원회(가칭)를 조속히 구성하여 법무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라는 입장이어서 범대와의 간격이 벌어지는 조짐이다.

이는 2017년도 예산정국을 맞아 그동안 일정부분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던 강석진 국회의원, 양동인 군수, 범대위와의 3자간에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또 다시 정쟁의 터널로 진입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 동안 구치소 외곽 이전을 한결같이 염원해 온 범대위 등 우리 군민들의 노력과 강석진 의원의 헌신으로 법무부가 구치소 이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와 같이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는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대체부지 선정을 위해 군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범대위 회원들이 국회의원과 법무부에 끊임없이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면서 그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방법에서 올바른 선택인지 전략적 점검도 필요하다. 오히려 지금은 “도와줘서 고맙다. 입장선회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통하지 않겠는가?

예산안 통과를 놓고 우리끼리 왈가왈부해서는 목적달성은 요원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트럼프 현상으로 지금 정치권은 패닉이다. 방향을 잃은 정치권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계산과 이합집산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국이다. 민심 수습이 절박한 정부라 할지라도 거창의 문제에 시선을 돌리기에는 그들에겐 지엽적 문제일 뿐이다.

이럴 때는 오히려 고위층의 정책결정자보다 정책실무자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먼저 구치소 대체부지 선정위원회를 하루빨리 구성하여 군민 전체의 의견이 골고루 반영되도록 하고 구치소 이전에 대한 염원과 최적의 대안을 담아내야 한다.

생각은 자석이고 통하는 주파수가 있다. 지금은 같은 생각과 같은 주파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거창의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구치소 이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때 하나의 생각이 전달돼야 한다. 산꼭대기 송신탑보다 더 강력한 전파를 쏘아야만 법무부를 설득하고 구치소 이전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소서가 지나면 새 각시도 모를 심는다.”는 속담이 있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법무부에서 이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지금이 바로 우리 모두의 역량과 지혜를 결집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갈등은 싸움을 만들고 싸움은 상처만 남긴다.

 

거창군 기획감사실 최영미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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