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의한의원 정원탁 원장

[매일경남뉴스]이번 목요일 2017년 7월 13일, 여름 별빛 눈부신 날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학교 담벼락에서 190미터인 곳에 거창에서도 거주지밀집이 가장 높은 지역 바로 옆에 교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거창 내 교도소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 바로 옆은 안 된다. 주거밀집 지역 바로 옆은 안 된다.

학부모들이 분연히 일어났던 2014년 7월 13일 일요일인 그날은 더없이 맑은 날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다. 학부모들의 3여년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역 사회단체들과 연계해서 범군민대책위원회도 꾸려내고 거창 역사상 최초인 지역 초등학교 등교 거부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학생들과 함께 군민들과 함께 대거 상경해 정부청사와 국회 항의방문도 꾸려내었다.

그리고 수십 차례 국회 항의 방문과 개별 국회의원 설득 작업을 하였다. 덕분에 그 다음해 교도소 건축을 위해 책정된 예산도 정지시키기도 하였고, 그 와중에 담당했던 법무부 직원들을 중앙부처에서 지방으로 좌천 인사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학교앞 교도소를 기획했던 군수는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물러났고, 당시 새누리 국회의원도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교도소를 학교 앞이 아닌,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곳으로 이전하겠노라 하는 무소속 군수를 재선거에서 당선시키기도 하였다.

민주당의 협조로 문재인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유력하던 작년 여름 거창을 방문했을 때, 국회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노라 약속도 받아내고 중앙에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정청래, 박주민, 이재명 등이 거창을 방문하게 해서 예정된 교도소 터를 둘러보고 그곳은 안 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마침내 작년 연말, 올해에 이행할 최소한의 예산집행을 요구하는 법무부와 협상하여 군수와 협의 하에 예산을 집행하여야 한다는 예산집행 상 부대조건도 받아내기도 하였다.

이제 학교 앞 교도소 이전을 약속했던 분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군수도 최근 무소속에서 민주당에 입당하였다. 비록 토지보상 등을 위해 200여억 예산이 이미 집행된 사업이긴 해도 학교 앞 교도소 이전을 위해 더없이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다.

이 시점에서 학부모들은 투쟁을 접으려 한다. 이제 공을 정치권으로 던지고 그동안 길고긴 시간으로 지친 심신에 휴식을 취하려 한다. 이제는 민주당 지역위원회와 군수가 앞장서서 대통령과 새로 들어설 법무부 장관이 한 테이블 앉아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이번 목요일(13일) 학부모들은 궐기 3년을 맞이하여 마지막 집회를 열려한다.

이 자리에 민주당 관계자와 지역 시민단체 대표자들, 군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동안 수고했다’, ‘덕분에 부당한 학교 앞 교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최선을 다 하겠다’, ‘학교 앞 교도소 반드시 막아내겠다’, 약속하면 좋겠다.

이 자리에 긴 3년 동안 싸워왔던 학부모들이 많이 나와 서로가 서로에게 격려했으면 좋겠다.

거창 역사상 이렇게 장기간 함께 싸웠던 역사도 그리 많지 않다. 서로의 가슴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긴 시간 투쟁하면서 혹여 생겨난 서로의 가슴 속 생채기를 깨끗이 씻어내고 서로의 가슴을 따스하게 안았으면 좋겠다.

안의한의원 정연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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