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재단법인 거창문화재단(이사장 양동인 거창군수·이하 문화재단)이 지난 7월 28일 군 예산 797백만 원을 지원받아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거창韓여름연극제'의 첫발을 야심차게 내딛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거창 연극제가 결국은 거창문화재단이 추진해온 '2017거창韓여름연극제'(이하 여름연극제)와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진흥회장 이종일·이하 진흥회)가 주최한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이하 국제연극제)가 서로 다른 곳에서 두 곳으로 나누어진 채 지난 7월 28일 같은 시간에 개막을 선포했다.

문화재단은 이날 준비된 식전 축하공연이 마무리되자 홍보대사로 임명된 배우 양미경이 무대에 올라 본격적인 개막행사를 진행했다. 홍보대사 위촉, 내 외빈 소개와 함께 양동인 거창군수의 개막사, 내외빈 축사 등으로 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문화재단 측의 준비소홀과 경험부족으로 개막행사가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돼 연극제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한 내빈과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내빈 소개에서 군의원과 도의원 중 일부만 소개하고 인사시켜야 할 내빈은 빠뜨리고 인사시키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인사시키는 등 어설픈 진행이 이어지자 참석했던 군의원들이 개막식 도중 자리를 뜨고 일부 내빈들이 서운함을 드러내자 주최 측에서 뒤늦게 소개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어진 축하 영상 메시지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전하는 반면 경남도지사 권한대행, 도의회 의장 등의 축하메세지가 없음은 물론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을 대신해서 참석한 구인모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에 대해서는 간단한 소개로만 그쳐 함께 참석한 경남도 관계공무원과 관객들로 하여금 의아함을 자아내게 했다.

거창읍에서 온 한 군민은 "행사와 관련성 없는 특정 정당 대표와 타지역 시장이 인사말 하는 건 뜬금없다. 도지사 권한대행, 도의회 등 관련 인사가 전하는 영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라며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양동인 군수가 군민 모두의 축제에 자신의 정치색을 입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참석자 일부는 계속 무대에 올라 축사도 하고, 영상에서도 축하 메세지가 이중으로 소개되어 축제극장을 가득 메운 내빈과 지역 주민,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주는 개막행사를 진행해 문화재단 스스로가 식전공연으로 달궈놓은 연극제 분위기를 가라 안게 만들고 개막 공연을 애초 일정보다 지연시키는 등 첫날부터 행사 진행의 허술함을 드러내 빈축을 샀다.

특히 연극제 2일차에는 비가 온다는 이유로 장비와 출연배우들의 안전을 운운하면서 관객들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당일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분노와 항의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입장권 환불 등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면서도 문화재단 관계자는 진정한 사과는커녕 변명만 늘어놓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여 문화재단과 연극제에 대한 불신의 벽을 쌓아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또한 수변무대에서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과 동아리공연에서는 사전 검증을 하지 않고 무작위로 공연팀을 출연시켜 물놀이를 하며 공연을 즐기려던 피서객들을 오히려 물 밖으로 내모는 수준이하의 공연과 하기 싫은 공연을 억지로 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는 공연팀을 출연시켜 공연을 강행해 휴가철을 맞아 수승대를 찾은 관광객들과 주변 상인들은 혀를 내두르고 수승대 관리사무소에는 공연중단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흥회에서 매년 개최해온 거창국제연극제에 비해 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이번 여름연극제는 행사진행과 작품 선정에서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관객 유치를 위한 홍보 전략이 절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연극관계자들의 무책임함과 적극성 부재, 불친절함이 썰렁한 연극제로 전락시키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승대 주차장 입구에서 극장위치와 연극시간 및 일정을 안내해주던 안내소가 없고 수승대 일원을 순회하며 관광객과 피서객을 대상으로 연극에 대한 홍보와 안내를 하는 안내요원들이 전혀 배치되어 있지 않고 연극제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민원을 담당하는 책임자조차 어느 곳에도 상주하고 있지 않은 것이 예년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연극관람을 위해 수승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차량 주차부터 곤혹을 치르다가 되돌아가는 숫자가 적지 않으며 극장 위치 파악에 애를 먹는 관객, 환불 등을 안내하는 곳은 매표소 1곳이 고작이다. 뿐만 아니라 거창읍 내를 비롯한 수승대 일원의 안내 팜플렛 비치 또한 진흥회에 비해 절대적으로 빈약하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군민들의 안타까움이 극에 달하고 여름연극제 폐지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름연극제 관람을 위해 찾은 한 거창군민은 “연극제 열기가 예전만큼 못하다”며 “안내를 받으려고 사무실을 찾았더니 쳐다보는 사람 하나 없어서 무안해서 그냥 나왔다”면서 씁쓸함을 숨기지 못했다. 가족들과 함께 관람 온 40대 군민은 "기대에 못 미쳐 많이 실망했다. 연극제가 하나로 합쳐져 국제연극제에 맞는 명성을 되찾고 역사와 전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통합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내비쳤다.

부산에서 휴가를 맞아 수승대를 찾았다는 40대 직장인은 "매년 이맘때면 수승대로 여름휴가를 온다. 수승대 계곡에서 피서도 즐기고 연극제와 다양한 축제를 즐기는 등 일석이조의 의미가 있어서 좋았는데 거창연극제의 양분이 외부에서 봤을 때 아무래도 보기 안 좋을 것 같다. 연극제 수준을 높이고 더 풍성한 축제를 통해 외부 관광객과 관객들을 유치하려면 한 곳에 집중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연극제 준비 단계부터 행사진행 방법과 예산집행 등을 두고 문화재단 내부에서 삐걱거림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내탓네탓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특정인의 독단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음으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다’는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다.

8억 원에 가까운 군 예산으로 개최된 이번 연극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하는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방안을 모색해야한다. 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번 여름연극제를 주최·주관한 주체로서 여름연극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야하고 거창군은 예산지원행정기관으로서 관리감독에 최선을 다해야하며 거창군민들은 여름연극제가 거창의 자랑거리이자 소중한 자산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해야 한다.

오는 8월 13일 폐막까지 아직 11일이나 남았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연극제가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한산하다. 연극제가 두 곳으로 나뉘어 관객이 분산된 영향도 있지만 문화재단 측의 연극제 진행방법과 관객유치를 위한 홍보부족, 문화재단 관계자들의 불친절과 무책임함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다. 일방적으로 공연을 중단하는 등 문화재단의 독선과 오만이 관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억 원의 군민혈세만 탕진하고 끝낸 여름연극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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