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의한의원 정연탁 원장

6월22일은 나름 뜻 깊은 날이다.

2013년 6월 22일, 그동안 나눔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여 콩반쪽가게 운동 방식을 구체화시킨 결과, 콩반쪽가게 첫 현판식을 하고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콩한개도 나눠먹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우리 조상들은 작은 것도 이웃과 나누면서 살아왔고 이런 조상의 따뜻한 온정의 뜻을 이어받아 이웃 간에 나눔의 정을 나누자는 것이 콩반쪽가게 운동이다.

나눔은 불우이웃돕기가 아니다. 따라서 어려운 사람에게만 나눔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눔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소위 벤츠를 몰고 와서도 콩반쪽을 나눠달라면 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콩반쪽가게 운동의 기본적인 취지다.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이 있었다. 과연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나눔을 나누는 사람들은 계속 있을까. 가게 주인들이 힘들어 그만두지 않을까. 나눔을 꽁짜로 아는 사람들만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이웃가게에서 시기와 질투는 없을까. 콩반쪽가게 운동을 하는 가게의 광고행사로만 비춰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주변의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콩반쪽 가게 운동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자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면서 KBS, MBC, SBS 등 TV 방송 매체, 여러 라디오 방송 매체, 여러 신문사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간곡히 거절했다.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방식의 나눔운동이라 그 뿌리가 약했고 뿌리가 약한 나무가 튼튼히 자랄 수 없는 법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잘 알기에 땅 속 깊숙이 뿌리 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런 진정성을 각 언론매체 관계자들은 의외로 잘 이해해 주었고 기존의 자생적 사회 운동들에서 행동보다는 선전에만 열을 올리는 일시적인 모습들로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어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우리의 조심스런 마음을 공감하면서 성공해서 오래토록 지속되기를 응원해주었다.

이 운동은 애초에 기존의 나눔이나 기부운동을 거울로 삼아 반성과 변화에서 새로움을 돌출해 낸 것이다. 기존의 운동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눔과 기부에 참여했고 기대도 컸지만 중간에 소진되고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 운동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인원과 자원에 대한 운영비가 필요했고, 나눔을 위해 기부되어진 자원들이 그 운영비로 소진되는데 거치게 되는 이유때문이란 것을 알기에 이같은 부담을 줄여 기부된 자원이 전부 나눔 운동에 의해 나눌 수 있는 방법이 당면한 숙제였다.

예를 들어 1억원기부금이 모여지면 심지어 3~4천만원이 운영비로 소진되는 비용을 없애야 했는데 그럴려면 나눔이나 기부운동을 하는 가게의 일방적 희생이 필요했다. 가령 나눔운동을 한다며 3000원짜리 커피에서 그 중 주인이 1000원이나 500원을 분담하는 경우인데, 이럴 경우 나눔이 진행되면 될 수록 그 가게 경영 압박이 더해져서 나중에는 힘들어 스스로 운동을 접는 경우 등으로 인해 나눔 운동이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되는 경우들이다.

그래서 콩반쪽 가게 운동은 그런 운영비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다 없앴다. 유지.운영 인원을 없애고 나눔운동에 참여하는 특정 다수에게서 현판식이나 알림판, 나눔나무, 콩이편지, 콩반쪽가게 운동을 설명한 책갈피 등에 드는 비용은 십시일반 내는 후원금으로 지원금을 충당하고 도우미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콩반쪽가게 운영을 지원해서 콩반쪽 가게주인에게는 단 한 푼도 부담시키지 않는다.

콩반쪽 가게주인은 불특정 다수들로 구성되는 손님들이 나눈 콩반쪽을 잘 보관해두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으로 나눔운동에 몫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손님들이 이 운동에 대해 물으면 바쁜 와중에도 설명하는 품을 팔아야하고 운동의 취지와 진정성이 왜곡 없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나름 고민해야 한다.

과연 콩반쪽을 내어주신 분들은 그동안 계속 있었던가. 애초 주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2주년을 맞이하는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콩반쪽을 내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마를 듯 마를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흔히들 이 사회가 삭막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 마음에 들어있는 선한 마음은 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 마음들이 콩반쪽가게 운동을 지탱하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지난 2년 동안 콩반쪽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이다. 이 운동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가로놓여있는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은 무서운 대상이 아니라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가는 이웃이고 비오는 날 자신들이 비를 피할 수있도록 우산을 바쳐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느 순간까지는 이 나눔 방식을 꽁짜라 여길 수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콩반쪽을 열심히 받아먹기만 했지만 콩반쪽 가게가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어른이 되면 그때 그들은 처음에는 의아해 하다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알 수없는 누군가의 소리 없는 나눔이 있었다는 것을 느끼면서 어리석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때의 고마움을 이제 그와 같은 나눔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서 향수에 젖듯 그들은 이 운동을 자신도 모르게 이어갈 것이다.

이제 콩반쪽 운동 방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 거창지역 콩반쪽나눔가게

이 운동의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누군가 콩반쪽가게에 들어가서 자신의 물건을 사면서 필요한 다른 이들을 위해 물건 값을 먼저 내고 콩이 편지에 내어준 물건을 적어 나눔나무에 매달아놓으면, 가게 주인은 콩이편지에 적힌 물건을 가게 앞 알림판에 적는다.

당장 무엇인가 필요한 사람이 수중에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마침 콩반쪽 가게 앞에 있는 게시판에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 나와 있으면 가게에 들어가 나눔나무에 매달려 있는 콩이편지를 따서 가게 주인에게 주면 가게주인은 콩이편지에 적혀있는 대로 손님에게 내어주는 방식으로 나눔을 베푼 사람과 나눔의 혜택을 입은 사람이 서로 알 수 없으면서도 따뜻함과 고마움을 서로 나누게 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딛은 두 살박이 생소한 방식의 나눔운동이지만 장차 10주년 50주년 100주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허망한 희망사항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하다. 미래의 어느 날 손자의 손을 잡고 콩반쪽가게에 들러 콩반쪽을 나눔하거나 나눔받는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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