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비지땀 흘리며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 친절을 바라고 공무원의 사명과 의무를 다하기를 바라는 것은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거창군청과 각급 행정기관을 찾기 조차 미안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가지는 민원인을 매일같이 목격하면서 차마 외면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비좁은 사무실 안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공무원과 민원인들의 체온이 불볕더위와 어우러져서 한증막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렇듯 ‘에너지 절약’이란 진부한 정부의 지침으로 한증막 같은 곳에 갇혀있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민원인들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공무원을 사회구성원의 자격을 두고 논할 때는 일반 국민들보다 의무와 사명감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동등하고 평범한 사람의 기준으로 바라볼 때는 공무원 역시 초능력을 소유했거나 자연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없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업무 시작과 동시에 수십 명의 민원인을 접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게도 최소한의 인격이 있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아울러 그들로부터 친절한 대민봉사와 공무원의 의무 준수를 바라고 적극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한다면 쾌적하고 안락한 근무환경 조성 등을 제공해서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할 책무가 행정기관에 있다.

나아가 국민의 왕래가 잦은 국가기관과 민원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행정기관의 좋은 환경은 먼저 그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민원인들의 입장에서서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며, 특히 국민과 민원인들에게 최적의 서비스 제공과 친절한 대민봉사로 신뢰받는 국가기관 또는 행정기관으로서 인정받고자 한다면 내부만족도 향상에 충실해야 한다.

또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시설해놓은 냉방 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놓고 곳곳에 세워놓은 수십 대 혹은 백여 대가 넘는 선풍기로 인해 온 바닥에 널려있는 전기 코드와 선풍기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서류들뿐만 아니라 땀 냄새로 비위생적인 행정기관의 분위기는 결코 에너지 절약이란 지침에 의해 조성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건물 전체로 연결되어 있는 중앙집중식 냉방시설을 일정시간 끄고 켜기로 가동하는 것과 백 수십여 대가 넘는 선풍기를 하루 종일 가동시켜 소모되는 전력량을 비교했을 때 얼마만큼의 큰 차이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한 공무원들이 더위를 참지 못해서 단추를 풀어헤친 채 부족한 선풍기 바람으로도 모자라 손부채질하고 있다가 갑자기 밀어닥치는 민원인들을 황급하게 맞는 공무원의 모습이 민원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국가행정기관을 찾는 국민과 민원인 대부분이 무더운 뙤약볕을 맞고 숨을 몰아쉬며 들어와 마주하는 첫 모습이 침통더위에 지친 공무원이 급하게 옷차림을 추스르며 웃음 없는 얼굴로 그들을 맞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흡족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도 냉정하게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국정과 도정 그리고 군정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예컨대, 경남도의 ‘무상급식중단’이 바로 좋은 예일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유일하게 도지사의 결정에 의해 중단되고 ‘서민자녀지원사업’을 강행하고 있듯이 말이다.

또한 국가기관과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버스정류소 등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흡연 장소가 인근 모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공공기관 내에 설치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규정과 지침이 있다하더라도 국민과 민원인들의 편의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면 지자체장의 자율적인 권한으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악법도 법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옛 속담은 독재 권력자들이 우매한 백성들을 탄압과 구속으로 지배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고자하는 전근대적이고 매우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반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권력자들의 생각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21세기를 넘어서고 있는 디지털 광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악법이라고 인정되면 즉각 고쳐야하고 없애야 할 정도의 악법은 폐기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에 걸 맞는 사고방식일 것이고, 특히 지역 주민들의 민의에 의해 선출되어 모든 행정을 이끌고 있는 지방자치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지방세를 가장 많이 내고 있는 품목 중의 하나인 담배를 제조 판매해서 피우지는 말라고 강요하고 피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이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친절도와 고객만족도 평가 등으로 인사고과에까지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그럴 수 있는 모든 환경여건과 동기부여 등은 박탈하는 현 제도와 규정들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들이 세간의 지배적인 목소리들이다.

이제는 중앙정부와 상급 행정기관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지역공무원들로 하여금 친절한 대민봉사와 공무원의 책무를 충실히 하기를 바라며 신뢰받는 지방행정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공무원들의 내부만족도 하락을 지방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

거창군 공무원 청렴도 향상과 친절한 지방행정기관으로서의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추어 군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거창군으로 거듭나서 ‘전국 톱 10 거창! 창조시대를 열어가는 서부경남 거점도시 거창!’ 이란 거대한 목표 달성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거창군 모든 행정기관의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 조성을 단행하는 등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정립해서 7만여 거창군민이 너도나도 찾아와 편안하게 소통하고 신뢰하며 대화해서 화합을 밑바탕으로 한 군민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는 거창군 행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발행인 백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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