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파행을 빚고 있는 거창군의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당분간 파행 사태가 우려되는 거창군의회 원구성 파행은 ‘갑’일색인 일당 독식 구도가 ‘을’이라는 파트너가 생겨 기존 의회 지형이 뒤바뀌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거창군의회 절대 다수당 자격에서 절대가 아닌 다수당 자격으로 뒤바뀌면서 절대 다수당이 전유물처럼 독점해온 원구성 관례를 다수당으로 축소된 처지를 제대로 인식 못한 채 그대로 답습하려다가 파행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달리 처음으로 기초의회에 입성해 현실정치에 익숙하지 못한 초선 의원들이 교과서적인 이론과 논리만 앞세운 지나친 의욕으로 협상결렬을 명분으로 삼아 원구성부터 ‘보이콧’을 선언하고 임시회와 개원식에 참여하지 않은 것 역시 원구성 파행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거창군의회는 전체 11명 의원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6석을 차지하면서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명으로 무소속 2명과 연대를 한다하더라도 총 5석에 불과해 당장은 자유한국당의 독주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정치적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이 뒤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 여지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3명의 군의원과 1명의 무소속 의원이 이미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정책연대를 약속하고 향후 행보를 함께 할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3일 부의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추측되는 2명의 의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 고스란히 투영돼 그 주장에 힘을 보탰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넘보는 의장 차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장 출마를 포기하고 의장선거에 참석하면 상임위원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배려하겠다는 협상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1명의 무소속 의원과 공동대응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의장선거에 참여해 자유한국당 의장 후보를 합의 추대하는데 협조하는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추천하는 후보를 부의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역제안 했다.

원구성을 위한 임시회를 개의한 후 정회를 한 상태에서 3시간가량 마라톤협상을 벌이던 양측은 ‘의장 선거 참석하면 상임위원장 배려’와 ‘의장 합의추대 대신 부의장 고수’를 두고 한 치도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날 임시 의장을 맡은 김종두 의원은 반쪽자리 원구성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의장선출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다.

이에 불만을 품고 곧바로 열린 개원식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3명의 의원과 무소속 1명 등 4명의 군의원이 참석하지 않아 제 8대 거창군의회 향후 의회 운영에 난항을 예고했다. 상임위원장 자리 1석도 맡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향후 의정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파행이 장기화될 우려를 낳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를 높아지고 있다.

군의원은 행정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11명의 의원이 한마음이 되어 협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뿐만 아니라 모든 군민들의 뜻을 받들고 군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며 정당과 정파를 떠나 지역 주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만족시켜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대의기관에서의 다수결 원칙 또한 최선일 수는 없다. 특히 의석의 우세를 이용해 일방적인 표결 강행은 민주적 절차를 명분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열띤 토론과 끈질긴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인내심과 협상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합의를 통한 표결이 최후의 보루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좁혀지지 않아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 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군민의 대변자가 되어 군민대표기관에서 민의를 받들고 민원과 현안을 지체 없이 해결해야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군의원이 4년 임기 중 첫 업무를 보이콧하는 것은 지지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직무유기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거창군의회 제8대 원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11명 의원들의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누구의 책임이라 꼭 꼬집을 수는 없지만 모든 의원이 이번 파행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당과 정파 그리고 의원 상호간 사적인 감정과 이해관계를 내세워 비판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폄훼하고 훼손하는 처사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제8대 거창군의회가 이제 막 문을 열었다. 선거를 통해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위임하고 자신들을 대신해서 거창군 발전과 군민행복시대를 열어 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명령이자 당부를 소홀히 할 권리도 없다. 오로지 정당과 정파가 아니라 군민만 바라보고 민의를 받들어야 하는 소명만 있을 뿐이다. 이 점을 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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