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군이 법무부의 거창구치소 예산 20억 원이 집행 동의 요청에 협조해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22일 거창군의회 주례회의에 거창구치 예산 관련 법무부로부터 동의 요청서가 왔다고 보고하고 집행에 동의할 것을 전제로 하고 추후 일정을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는 거창교도소 예산 20억 원을 통과시키면서 지역민원을 감안해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과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예산은 법무부와 거창군이 합의가 되면 집행하도록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거창군은 양동인 전 군수 재임기간 동안에는 예산집행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에 법무부는 2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창군은 구인모 군수 취임 3개월 만에 입장을 선회해 법무부가 교도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거창군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기업지원과 임영수 과장은 “법무부가 공사 중단 이후 철거 공사비, 감리비 등이 집행되지 않아 미 철거 건물의 장기방치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와 공사 관계자의 노임체불 등 민원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정상 추진될 경우 주변 도로와 확장과 편의시설 설치 등 관련 부서와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 부지에 대한 활용 계획과 외곽 이전에 필요한 예산확보 대책이 없고, 정당하고 합법적인 사유 없이 거창군이 취소, 공사 중지 등 사업 추진에 저해되는 행정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부의 동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거창구치소 관련 거창군의 입장을 밝히고 이후 11월 중으로 거창군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 대군민담화문을 발표한 뒤 동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는 한편, 법조타운 조성사업 관련 예산을 2019년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태경 군의원은 즉각 항의했다. 김 군의원은 “군수는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주민갈등조정협의회와 만나주지도 않았고, 군수가 먼저 주민갈등조정협의회와 군의회 그리고 범대위와 추진위 등과 적극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군민 단일안 돌출에 노력해야하는데 갈등 해소를 위한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노력한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편의를 위해 변호사사무소나 법무사사무소도 다 이전해야 하는데, 그 인근에 부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건물을 지어 옮길 만 큰 여력이 있는 곳도 적다”라며 “특히 거창지청과 지원 이전 예정부지 주변에 문화재가 있어 지청과 지원의 요구사항을 소화할 수 없어 지청과 지원 측에서는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군의원은 “지금 거창군은 법무부가 주장하는 것만 주장하면서 범대위와 주민갈등위원회 그리고 군의회와 심도 있는 논의조차도 하지 않고 법무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라며 “최소한 군수가 해야 할 업무인 ‘주민갈등 해소’를 위한 일을 해 달라”고 재차 촉구하면서 주민갈등 해소방안 강구해 11월 중으로 구치소 관련 갈등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재촉했다.

주례회의를 마친 군의원들은 지역의 최대현안이자 군수공약사항이기도한 거창구치소 관련 갈등해소를 올해 년말까지는 해결하겠다는 군수가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거창군의회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거창구치소 갈등조정협의회도 이날 오후 군수실을 항의 방문했다. 마침 김경수 도지사와 면담을 위해 창원 출장 중인 구인모 군수 대신 군수 비서실장을 만난 갈등조정협의회는 유감을 피력하면서 군수면담을 요청했다.

갈등조정협의회 김영숙 위원장은 “군수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군청의 방침을 결심했다는 것인데,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거창군 조례에 근거해 설치된 갈등조정협의회나 군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거창군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구인모 군수가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의지가 없고 갈등조정협의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성호 위원도 “거창군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내일 한다고 하니, 오늘 밤늦더라도 갈등조정협의회와 만나 설명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홍정희 부위원장도 “갈등조정협의회가 각고의 노력 끝에 주민투표라는 알맹이를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무산됐다. 첫 번째 안이 무산됐다고해서 다른 대안을 위한 단한번의 회의도 없이 군수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면서 격분했다.

민호현 위원은 “구인모 군수가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만남을 통해 군수 입장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동안 수차례 갈등조정협의회와 만남을 요청했지만 회피해 왔다.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순득 위원은 “조례에 근거해 구성된 공식적인 기구를 외면하고 군수가 일방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군민을 무시하는 일이다. 또한 갈등조정협의회는 주민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기구인데 갈등조정협의회를 마치 현 위치를 반대하는 집단으로 내모는 것 같아 매우 당황스럽다”라고 항변했다.

한편, 거창군은 기자회견의 강행할 방침을 세웠다. 거창군은 23일 오전 11시 40분, 군청 브리핑룸에서 법조타운 추진 관련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거창군청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다.

거창군의 강행 입장에 대해 군의회에서도 불만기류가 형성되고 있고 갈등조정협의회 역시 유감의 뜻을 피력하면서 국회 상경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는데다 거창군의 이와 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범대위 SNS 단톡 방에서는 벌써부터 강력 대응을 위한 천막농성 재개 조짐이 벌써부터 일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의 예산집행 동의 요구에 의견 수렴절차를 소홀히 한 채 거창군이 동의를 해주면 주민단일안을 기대하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범대위에 재결속의 명분을 주고 꺼질 것만 같던 주민들 간의 갈등과 주민과 행정기관 간 대립 사태를 촉발시키는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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