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경남 거창군 웅양면 동호숲에서 수령이 100~150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고사된 뒤 벌목되어 반출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을주민 이모 씨에 따르면 500년의 전통을 가진 동호숲과 인접해 있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이모 씨가 지난 21일 동호숲 내 상수리나무와 소나무 때문에 과수원에 피해가 있다며 지난 해 말부터 나무를 고사시킨 후 지난 21일 아름드리나무 20그루를 벌목해 반출했다.

전국의 아름다운 숲 11곳으로 선정된 동호숲에서 폭이 1m, 둘레가 3m가 넘고 수령이 100~150년 된 것으로 짐작되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약물을 주입해 고의로 고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천영(57·전 마을이장) 설천재 대표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이모 씨가 지난 해 말부터 과수원에 인접해 있는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약물을 주입해 3그루를 고사 시키더니 이번에는 중장비를 동원해 20그루를 벌목해서 반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 동호숲으로 가보니 과수원을 경영하는 이 씨가 ‘군청과 협의했다’면서 벌목 전문가들에게 벌목을 지시했다”며 “나무를 고사시키고 벌목해서 반출한 이 씨를 거창군 산림과에 신고했고, 검찰에 수사의뢰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동호숲은 500년 전통을 가진 이 지역 명물이자 전국 아름다운 숲 11곳에 선정될 정도로 보존성이 있는 숲일 뿐만 아니라 동호마을 주민들이 송이를 수확해 모은 돈으로 주변 논밭을 매입해 거창군의 지원을 받아 숲을 가꾸고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거창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벌목을 한 상태였다”며 “허가 없이 무단 벌목을 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20그루가 벌목된 곳은 과수원 경영인 이 씨 소유의 땅도 아니고 벌목한 나무를 반출해 주상면에 위치한 모 제재소에 적재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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