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인 백승안

[매일경남뉴스 백승안 기자] 거창군의회가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중 의회는 하루에 3~4개, 총 22개 부서에 대한 감사를 펼쳤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 전반에 대해 폭넓은 감사를 통해 행정이 효율적으로 수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꽃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1년 의정활동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그럼으로 인해 군의원들은 행정사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해 시정을 요구함으로써 올바른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행정사무감사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획득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제8대 거창군의회가 실시하는 두 번째 감사로, 지난해에 비해 전문성은 높아졌지만 다수의 군의원이 핵심에 접근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행정사무감사 본래 취지조차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민원해결을 하는 시간으로 착각하는 듯한 질의가 이어져 집행부 공무원들을 곤란하게 하고 물론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여전했다. 

반면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전문성 강화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부 군의원들은 자기 포지션을 잘 알고 있었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질문을 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과 아카데미파크 앉음벽, 승강기대학 법인 관련 질의에서는 많은 자료를 찾아내 문제점을 밝혀내는데 노력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또, 부서 인력 확충과 예산 배정 등 행정의 효율을 지적하는 군의원들의 발언은 행정사무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일부 군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를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질문으로 채우거나 특정 단체의 이익을 부탁하는 등 부적절한 모습도 이어졌다. 거창군의회 의원은 선출직으로 다음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민원을 해소해야 하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질문의 상당수를 민원 해소에 사용한 점은 아쉽다.

또, 최소한 기본자료를 숙지하고 행정사무감사에 임해야 하지만, 집행부로부터 제출받은 감사자료에 상세히 드러나 있는 수치를 되짚는 질문을 한 경우도 있었고 부서별 업무파악이 미흡해 타 부서에 대한 질의를 했다가 무안을 당한 군의원도 있었다. 특히, 집행부에 억지를 부려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 내거나 지역의 실정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군의원도 있었다.

일부 군의원들의 활약은 매우 눈부셨지만, 반면에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군의원들도 있어 전체 행정사무감사가 지루하고 식상하게 느껴졌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가진 의원의 전문성 강화와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이해 섭렵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이번 행정사무감사 전체 기간 중 방청객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거창에는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있지만, 매 번 행정사무감사 참석률은 미미했다. 그러다 보니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평가나 후속조치는 언론 보도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고, 언론의 보도 자체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행정사무감사는 일 년 동안의 거창군 행정을 되돌아보고 군정에 대한 정책 제안과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없다는 것은 아쉽다. 언론 보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거창군 발전과 군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책임 있는 단체로서 직접 참여해 군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의회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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