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놓고 선거일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구획정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등 헌정사상 초유의 위기를 초래해 온 나라가 혼란스런 상황을 보이고 있다.

제대로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스팩으로 과대포장해서 갑작스럽게 등장해 타이틀을 앞세우며 정치를 하겠다고 정치판에 뛰어 들고 있는데, 정치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정치인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들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이 든다.

또한 벌써 국회의원 직을 가진지 오래된 재선이상 현역 국회의원에게는 직접 지역구를 발로 뛰며 주민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이 무슨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거창의 사례를 한번 되짚어 본다. 애향심과 행정.문화.교육.교통 등을 총 망라한 서부내륙 거점도시 거창의 자존심을 소중하게 지키고자 거창군민들은 자신들의 행복 추구권과 인간다운 삶을 살 최소한의 권리조차 헌납하며 거창출신 거물 정치인을 만들고자 이강두 전의원을 옥중당선이란 험난함까지 고스란히 자신들이 짐으로 안고 4선의 고지에 올려 세워 한 정당 정책위의장이란 반석위에 앉히기까지 했다.

그랬던 거창군민들에게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아픈 상처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행복권과 삶의 가치보다 더 소중하게 지키고자 했던 거창의 자존심과 명성을 자신의 정치적인 입신양명 도구로 이용하고자 교통중심지를 인근 함양군으로, 문화 관광 거점도시를 산청으로 바꾸는 등 지역의 지각변동을 초래해 거창군민들을 배신감에 고통 받게 하고 실의에 빠지게 했다.

거물 정치인으로 키워 온 이 전의원의 불명예 정계은퇴로 혼란을 겪게 된 거창.함양.산청군 선거구에 모 언론사 기자였던 거창출신 신성범 현 의원이 만신창이가 된 거창군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이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그동안 그물 안에 잡혀있는 물고기 신세가 되어 무시당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절치부심하던 거창군민들의 민심에 무지개 빛 청사진을 비전으로 제시했고, 이에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진 거창민심은 옛 명성을 되찾고자 또다시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 신 의원을 선택했다.

더 나아가 거창군민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큰 정치를 하겠다는 그에게 재선의 길을 열어주며 거물 정치인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과 봉사를 했다. 그런데 지금 거창군민들의 민심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거창군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문을 해 본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해서 보편적 복지의 큰 획을 그은 학교무상급식이 중단 됐다. 대진고속도로가 거창을 비켜나 함양, 산청에 근접해 교통의 중심 추가 기울었고, 산청 한방엑스포 유치로 관광 문화도시로의 성장마저 선점 당했으며 김천-진주간 남부내륙철도 역시 거창을 완전히 비껴나가 합천에 역이 신설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산성 확보를 위한 모든 것에서 지난 24여년 간 거창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외면당했다. 뿐만 아니라 차돌같이 단단했던 결속력을 자랑하던 거창군민의 단결력은 모래성 같이 산산이 무너졌다.

오랜 민원해결을 위한 숙원사업과 연계한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민심을 외면하고 민의를 철저하게 기만하면서 군민들의 안정적인 생활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국가시설인 교도소를 유치했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해 주거밀집지역 학교인근에는 신설된 사례가 없어 법령과 규정에도 관련 근거가 없을 정도인 교도소를 그곳에 신축함으로 거창군민들은 불신과 반목, 분열과 갈등으로 20여개월을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이럴 때 지역 국회의원은 거창발전과 민심 화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묻고 싶다.

이런 많은 허무함과 배신감 그리고 아픔이 지역 의원의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거창 출신 정치인을 다시 한번 거물 정치인으로 만들어 20여년 동안 침체된 거창발전과 거창군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갈망하고 지역의 상대적 역차별과 심리적인 피해보상 요구에 대해 만족할만한 가치를 안겨주지 못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지역 민심에 봉사해야하는 일꾼이 요동치고 있는 지역 정서를 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소속정당의 당론에 얽매여 중앙정치 무대에서 그저 다른 정치인들과 정치이념을 놓고 싸우는 정당 일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맨날 개혁! 혁신! 큰정치!만 외치는데, 그 개혁과 혁신 그리고 큰정치가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최소한 정치인이라면,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는 사명감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선거구의 발전과 지역 주민들의 안녕을 책임져야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명예와 권위는 내려놓고, 작업복 차림으로 생활고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찾아다니고 정책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거물 정치인 반열에 올랐던 4선 의원에게 배신감을 맛보고 상처를 입었던 거창군민들에게 큰 정치인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은 그렇게 많지 않다. 비록 작고 부족하지만 소중한 권리를 위임해 준 주민들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함께 숨 쉬면서 맨날 권력다툼이나 당쟁싸움으로 아까운 세월을 보낼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사람, 즉 큰 정치인이 아닌 제대로 된 서민의 대변인 지역주민의 대표자가 필요한 것이다.

  ▲ 발행인 백승안

어쨌거나,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의 신념과 의지도 중요하겠으나, 선거권을 행사하는 군민들의 깨어있는 의식도 중요하다. 그 동안 해온 행실이나 업적을 보고 평가할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금뱃지 달고 허세나 부리고, 해놓은 일은 없이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가려낼 줄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오는 4월 13일 실시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건성건성 투표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제대로 된 참된 일꾼을 뽑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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