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소방서 소방행정과장 황석근

거창군은 덕유산, 기백산, 금원산 등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운 계곡이 많고 특히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덕유산의 눈꽃이 핀 설경을 보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산행 자칫 방심하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거창소방서 관내 최근 겨울철 산악사고로 인한 출동 현황을 살펴보면 총 52회 출동하여 70명을 구조하였으며, 사고 원인별로는 실족추락 14건, 일반조난 17건, 기타 21건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눈 덮인 겨울산을 너무 쉽게 알고 평소와 같은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산행을 한다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자칫 목숨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지난 12월 16일 부산의 한 산악회에서는 덕유산의 설경을 보기 위해 오전에 등산을 시작하여 일몰 전에 내려올 계획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산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폭설과 눈보라로 인해 등산로는 눈에 덮여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일행은 덕유산 지봉 부근을 헤매다 길을 잃고 18시09분경 119에 조난신고를 하게 되었다.

우리 소방서 119구조대원들과 지봉 핼리포트에서 만나기로 한 산악회 사람들은 일몰 전에 하산한다는 생각에 랜턴과 방한장비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아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 중 위험한 저체온증 증상이 보이는 여성분을 중점적으로 구조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면서 구조에 최선을 다했지만, 하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안전한 겨울철 산행을 위해서는 무엇을 알고 가야하며,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겨울산행을 계획할 때에는 산의 기상상태, 산행지도, 산행소요시간 등 기본적인 산행계획을 세워 산행을 해야 한다.

둘째 겨울철 산행은 낮보다 밤이 길고 일몰이 일찍 시작된다. 더구나 산은 평지보다 더 빨리 해가 지고 바람이 불면 등산로가 눈에 묻혀 길을 잃는 경우와 산행을 하다가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져 어둠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행을 일찍 시작한다 해도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 장비인 랜턴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GPS 앱을 핸드폰에 다운받아 유사시 좌표를 확인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대비하여야 하겠다. 핸드폰 보조배터리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산에서는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기 때문에 밧데리 소모가 많고, 긴급한 경우 라이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겨울산행에서 방한장비는 필수로 챙겨야 한다. 방한비닐, 방한장갑, 넥워머, 스패츠, 고어텍스 등산화 등 체온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장비는 물론이고, 추운날씨에 빙판길이 된 등산로를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는 스틱과 아이젠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또한 등반 중 땀이 흐르고, 그 땀이 마르면서 체온의 손실로 인해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옷이 젖을 경우 갈아입을 수 있는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비닐쉘터는 가격이 저렴하고 부피가 작아 휴대가 용이하며 산행 중 쉬는 시간이나 사고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구조대를 기다릴 시에 체온손실을 막아주고, 겨울산의 매서운 칼바람도 막아주는 아주 유용한 장비이다.

즐거워야 할 산행이 미흡한 준비와 자기 과신으로 주위 일행도 힘들게 하고,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만반의 준비로 아름다운 설경도 보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겨울산행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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