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경찰서 경무계 순경 김지현

새 학기를 맞이하여 들뜬 마음으로 등교를 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버린 나의 여고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련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 학창시절을 추억하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혹시 끔찍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시절이 되진 않을까?

얼마 전 또 다시 발생한 학교폭력. 대구의 한 여고생이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또래 여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였다. 가해 학생들은 폭행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신고하면 또래 친구들에게 유포하겠다며 피해 학생을 협박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난다는 어여쁘디 어여쁠 여고생의 발상이라고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는가

학교폭력이 예전에는 없었는데 오늘날 갑자기 생겨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은 아니다. 내가 자랄 때도, 나의 부모가 자랄 때도, 나의 조부모가 자랄 때에도, 학교폭력이라 분류될 수 있는 행위들은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 들어 학교폭력 전담경찰관(School Police Officer)으로 각 학교마다 경찰을 배치하고 끝없이 학교폭력 예방과 신고를 홍보하며 각 계·각 층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것은 학교 폭력이 집단화, 잔인화되어 학생들의 행위가 어른들의 범죄와 견주었을 때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무심한 눈과 귀로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을 외면할 때, 그 아이들의 10년, 20년 뒤 학창시절은 멍으로 얼룩지게 될 것이다. 학생들 간의 문제를 ‘애들은 다 싸우면서 크는 거야.’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족, 이웃, 선생님, 동급생, 선·후배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학교 폭력의 감소와 예방을 기원할 때 4대 사회악의 하나인 학교폭력은 근절되어 아이들이 누구보다 빛날 학창시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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