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군 선거관리위원회 이종우

빈부격차의 아픔이 빚어낸 수저론, 세대 간 소통의 부재에 따른 세대단절, 취업난 및 고용불안 등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은 ‘헬조선’이라는 웃지 못 할 말을 만들어냈다. 만족스럽지 못한 삶의 이유는 개인의 노력부족이라기보다 기형적인 사회구조의 병폐에 기인함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사회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향후 국가의 발전을 좌지우지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현세대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되풀이하고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투표는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뽑은 후보자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우선시하며 심지어 어떠한 소통의 자세도 보여주지 않는 일부 정치인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주의에서 바른 대표자를 뽑지 못한 대가는 엄청나다. 분명 멋진 미사여구로 국민들 곁을 지키겠다고 공천하며 바른 이미지와 많은 인기로 믿음직한 후보들이었는데, 왜 당선만 되면 불통의 아이콘으로 전락하는 것인가?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투표에 대한 회의감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수동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변화의 주체가 언젠가 나타날 아우구스투스같은 영웅이라 믿기에 묵묵히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웅의 부재가 아니다. 지금의 문제는 우리가 후보자를 보는 눈의 초점이다. 현란한 언변, 대중적 인기, 유명세, 신분 등은 올바른 정치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인지, 어떻게 소통의 길을 열어 둘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즉, 우리에게 지금 포퓰리즘(popularism:인기위주)이 아니라 폴리시즘(policism:정책위주)이 필요하다.

진정 삶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면 단순유희로 가득찬 “멋진 신세계”에서 벗어나 정책에 눈을 떠야 한다. 다시 말해, 매순간 쾌락을 즐기기에 앞서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정책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메니페스토 운동은 정책선거를 실현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메니페스토는 후보자 공약의 실현가능성, 구체성, 타당성 등을 계량화(수치화)하여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기능을 한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함으로써 감정에 휩싸여 투표하는 것을 막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는 후보자의 홍보물을 찬찬히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설이나 토론회 참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자가 인기를 위해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이는지, 혹은 일관성 있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후보자의 정책과 그 정당성에 입각한 투표를 통해 우리는 소통과 화합으로 빛나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참뜻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육사가 말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우리의 꾸준한 참여로 구체화될 것이다. 이 때 초인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우리 자신을 의미함도 깨달아야 한다. 주인의식을 놓지 말고 이번 선거를 통해 소통하며 멋진 정책을 실현해나갈 멋진 백마를 찾아보자. 몇 번을 짓밟혀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민초 ‘민들레’들이 천지사방을 금빛으로 물들이듯 우리도 정책선거를 통해 따스한 봄을 구현해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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