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이종우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가 어디 있는지 아는가? 푸르른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노르웨이 숲이 머릿속에 떠오를지도 모르지만 이 나무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있다.

컴퓨터 배경화면에서나 봤음직한 레드우드 나무는 더러 100m를 훌쩍 넘기곤 하는 큰 수목이며 가장 큰 레드우드나무는 115m에 달한다. 레드우드가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로는 많은 일조량과 강수량, 그리고 작은 미생물들과 유기물의 반응 등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다른 종과 큰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수증기들이 모인 안개이다.

레드우드 나무는 매우 작은 물입자들이 기화된 안개를 통해 수분을 흡수하면서 2~3m의 상대적으로 짧은 뿌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거대한 수목으로 자란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작은 것들이 가장 큰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진리는 이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에게서도 발견된다. 사실상 대선후보로서 가능성은 멀어진 샌더스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들의 작은 힘들이 모여 그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수많은 소액기부자들은 ‘27달러의 기적’이라는 이상적인 현상을 통해 그를 ‘가장 약한 이들이 만들어낸 가장 큰 영웅’으로 만들었다. 아래에서 위로 향한 소리들이 집약된 큰 성과인 것이다. 샌더스는 이를 통해 월가와 같은 거인의 자금력은 그가 정치혁명을 이룩하는데 고려할 대상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작은 정치후원금 기부는 정치인이 공정한 국정활동을 하는데 큰 힘을 갖도록 한다.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다양한 계층의 작은이들의 지지가 없다면, 정치인들은 국익과는 무관한 가진 자들의 입김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소신 있고 공정한 정치를 통해 국민의 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자신을 지지하는 가진 자들의 소리만 대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인 물구덩이에서 자란 식물은 썩기 마련이다. 우리의 삶이 큰손들로 인해 휘둘리게 둘 것인가? 레드우드를 키운 것은 큰 것들이 아니다. 그것을 튼튼히 자라게 한 것은 토양 틈틈이 고인 작은 물들과 지상을 배회하는 작은 물입자들이다. 건강한 정치는 다양한 개인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며 참가할 때 이뤄진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수많은 고성방가마저 옳은 길로 향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 정치다.

즉, 체념과 침묵하기를 당연히 여기지 말고 경청하며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인 것이다. 소액의 정치후원금은 적지만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혁명의 울림이다. 작은 울림들이 큰 움직임이 될 수 있음을 샌더스의 지지자들이 보여주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거, 정당 활동, 시민단체 운동 등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정치기부금에 관해서는 제법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정치후원금에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도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잘못된 몇몇의 그림자가 소신을 지키려는 이들의 빛을 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분법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이 가져 올 수 있는 이상적 변화를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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